자존심이 상한 여학생의 고민

조영길 교수.jpg 내담자: 남자친구가 수업시간이 끝나고 저한테 인사 한마디 안하고 그냥 어디론가 가버리더 라고요. 확실히 제게 관심이 없나 봐요.
상담자: 진짜 관심이 없는게 확실하다면, 뭐가 문제죠? 
내담자: 자존심이 상하는 거죠. 
상담자: 어떤 점에서 자존심이 상할까요? 
내담자: 저를 거절했으니까요. 
상담자: 그 친구가 지금 OO씨를 거절한게 확실하다면, 그게 OO씨에게는 왜 그렇게 힘들게 되죠? 
내담자:.... (한참 후에) 세상에 어느 누구도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는 없는 거죠? 그 학생이 나에게 호감이 없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내게 호감이 없다는 건 아니죠?  이 글에서 내담자는 남자 친구와의 신뢰관계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사회생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쌓는 일이다.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대화가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좋은 대화 나누기의 원칙을 정리 해 보자.

첫째, 얼굴표정이나 목소리와 일치되는 말을 한다. 
둘째, 청소년들에게 불만이 있어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청소년에게 말을 할 때 그의 성품을 규정하는 ‘너는...이다’ 라는 표현보다는 ‘너는...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넷째, 생각이나 기분을 청소년들에게 전달할 때 ‘너는....’ 이 아니라 ‘나는...’ 으로 시작하는 말을 사용한다. 
다섯째, 청소년에 대한 불만이나 상담자의 부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청소년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상담자의 기쁨과 행복도 자주 표현한다. 
여섯째, 어렵고 추상적인 말로 막연하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쉽고 명확한 말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일곱째, 상담자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대화를 끝내기 보다는 상담자의 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다시 들어본다.

 무엇보다도, 넓게는 기성세대와 청소년 좁게는 부모와 자녀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의 길을 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의 대화가 가치있는 대화가 되고 상담을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열왕기하 5장참조)에 이스라엘 주변국 가운데 아람이라는 나라에 나아만이라는 군대 장관이 있었다. 이 사람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한 영웅으로서 아람국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장관인데 그만 나병(한센병)에 걸리게 되었다. 나아만은 엘리사 선지자와 소문을 듣고 병을 고치기 위해 엘리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엘리사는 나와 보지도 않고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목욕을 하면 깨끗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만은 몹시 화가 났지만 장군의 부하들이 권유하고 있고, 자기 자신도 나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단 한번의 대화도 없었지만 생각을 돌이켜 요단강에 가서 일곱번 목욕을 하고 깨끗이 나았다. 그것도 마치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고와졌다. 나아만은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열왕기하 5:15)라고 엘리사에게 되돌아가서 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엘리사가 나아만을 대면도 하지 않고 요단강으로 보낸 것은 하나님의 은총을 받으려면 인간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믿음(신뢰)을 가져야 함을 알려 주기 위함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님의 은총은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실천해 보지 않고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나아만 장군 역시 엘리사가 시키는 대로 행한 뒤에야 비로소 엘리사를 인정하고 그 뒤에 계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게 된 것이다.

 

백석문화대학 조영길 교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