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상담원리 ⑧ 상담과 정체성

정체감 혼미로 방황하는 대입 재수생

“학과를 지금 결정해야 하나요? 그런 것을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제 여자 친구가 지금 저에 대해 토라져 있어서 빨리 달래주어야 해요. 저녁에는 술 약속이 있는데 안 가면 친구들에게 왕따 당할 것 같아요. 밤에 PC방에 틀어박혀 게임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내일 학원 결석할 것 같은데 누가 대리출석 좀 해줄 수 있나? 꼭 지금 전공학과를 결정해야 한다면, 우리 반에서 내가 컴퓨터는 짱이니까 컴퓨터 학과에나 지원할까요?”

이 학생은 마르시아(James Marcia)의 정체성 형성에 대한 유형 중 ‘정체감 혼미’에 속한 경우인데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혼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가끔 볼 수 있다. “제 성격에 맞게 아무데나 보내 주세요. 꼭 합격이 돼야 합니다.” 고 말하는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에릭슨((Erik Erikson)은 사회적 인격발달을 8가지의 단계로 구분하면서 그 중 5단계가 청소년기라 하고 이 때 성취해야 할 과업이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이라 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며, 방황과 갈등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갈등 끝에 자신의 직업, 가치관, 인생관을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사실 세상에 귀한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돈을 버는 일, 직업을 가지는 일, 지식과 학문을 체득하여 좋은 명성과 지위를 차지하는 일이 다 귀하다. 그러나 평생을 두고 귀중한 일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과 적극적인 태도의 향상을 위해, 상담자들은 청소년들에 대한 열린 자세와 수용, 청소년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존중, 그리고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장점에 대한 탐색과 발견 등을 상담하여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① 자기 내면의 비난하는 습관을 파악, 인식하는 것 ②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 ③ 자기를 수용하는 것 ④ 자기 비평이나 비난의 중요한 기능을 확인하는 것 등을 말하고 있다.

성경 마태복음(18:1-7참조)에 예수님의 어린 아이 교훈이 있다. 이 어린 아이 교훈은 어린이를 위한 교훈이 아니고 어린이를 통한 교훈의 이야기다. 즉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겸손하며, 공동체에서는 어린아이조차도 실족시키지 말며,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어린아이도 기억하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씀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런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라(4절)고 한 말씀은 자신을 낮추는 자일수록 자기 죄를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런 자가 천국에 합당하며 큰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교훈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죄인임을 발견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발견이다. 왜냐하면 건전한 자아정체성 확립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인격을, 자신의 일을 아는 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자아정체감 발달은 자기 존재의 확인과 재정립을 위한 사색과 노력으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립을 하려고 노력하는 자기 탐색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때 정체감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확고한 자아정체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개별성과 총체성 그리고 계속성을 가지게 되어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정체감 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아정체감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정체감이 형성되고 발달되도록 해야 하며, 여기서 건전한 사회생활이 이루어지는 바탕을 가지게 해야 한다.

                                                           백석문화대학 조 영 길 교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