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상담원리 ⑦ 상담과 기도

  B여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끝나갈 무렵 J양이 상담을 요청해 왔다. 진학상담 이였다. 얼굴을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모습이다. 상담실로 가서 마주 앉았다. J양은 소파에 앉자마자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냅킨만 빼서 건네주며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얼마동안 울다가 속이 좀 풀렸는지 눈물을 닦으며 사정을 말했는데 그 내용을 대충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자기는 고3이 되어 1학기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친척의 언니 오빠들은 어디 어디를 갔으니 너는 적어도 이런 대학은 가야 어머니 체면이 선다고 하시면서 열심히 노력하라는 것이다. J양의 걱정은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대학은 자기는 도저히 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면서 다시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 때 교회 장로로서 그 학생이 교회를 다니는지 다니지 않는지 상관없이 애타는 마음으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기도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하나님, 우리 J양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J양이 “아멘.”하고 화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기도를 마친 후 나는 교회 나가느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몇 번 간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J양은 기도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성령의 역사는 기도하는 자에게 임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대목이다. 나는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기독교적인 이해로 기도는 하나님과 마음의 대화이다. 칼빈(Calvin)은 기도는 “하나님과 경건한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만남”이라고 했다. 상담에서 기도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도의 의미는 여러 가지이다.

몇 가지 의미를 정리해보면,

1. 기도는 친교와 연합보다는 더 구체화된 것이다. 그것은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에 주고

받는 의사소통이다.

2. 믿음의 기도는 절망이나 비굴한 두려움에 기초하지 않고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다.

3. 기도는 개인적이고, 사랑스러운 인사말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하나 님께 기도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한다.

4. 기도는 하나님의 행위로부터 시작한다. 기브온에서 여호와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셔 서“내가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고 말씀하셨으며, 바로 그 때 솔로몬은 하나님과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5. 우리의 편에서 기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또 들으려고 노력하는 데서 시작한다. 더더 욱 기도는 우리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대한 반응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담에서 기도는 내담자의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도구이다. 본 훼퍼는 :하나님의 말씀은 수다쟁이에게 임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혀를 잘 관리하는 사람에게 임하신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기도해야 하겠다. 기도의 능력은 상담과정에서 내담자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본지 논설위원 백석문화대학 조 영 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