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혐오증에 걸린 고3여학생

3월초 고3담임은 상견례(相見禮)를 위한 상담을 한다. Y여고에서 근무할 때 나는 K양을 만나 상담하게 되었다. K양은 성격이 활달하고 공부도 상위권인 모범생이었다. 상담 중 뜻밖에 K양에게서 남자혐오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아버지의 폭행이 원인이라 생각하여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모든 남성에 대한 미움으로 확대된 것과 지금 아버지와 떨어져 혼자 밥해 먹으며 학교에 다니는 형편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당시 K양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이기에 나를 통해서 아버지에 대한 인상을 바꾸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고3시절에 꼭 필요한 참고서적을 제공해 주면서 노력했다. K양은 별로 달가운 눈치가 아니면서도 책을 받아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 7월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 고3이면 다 해야 되는 방학 보충수업을 작년에 돈 내고 늦장을 부려 며칠만 출석했다면서 보충수업 안한다고 고집이다. 내가 책임지고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매일 출근하면서 전화로 잠을 깨워 등교하게 했다. 그렇게 하여 하루만 빠지고 보충수업을 마쳤다. 2학기 개학을 하니 보충수업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던지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와 점점 가까워지고 활달한 성격에 웃음을 짓는 명랑한 학생이 된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K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학업을 도와주었다.

졸업식 날, 식이 끝난 후 일류대학에 진학한 K양에게 졸업장을 줄 때, “선생님! 저와 함께사진 찍어요.” 하며 맑게 웃는 K양을 보며 나는 더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청소년은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할 때 거칠고 난폭해 진다. 그리고 강압적인 부모에 대한 분노로 가출을 하며 반항도 한다. 부모는 이런 청소년들에게 윽박지르기도 하고, 눈물로 호소해 보기도 하고, 무관심한 척 내버려 두기도 한다.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과 기준은 가정의 문화와 부모의 가치관과 청소년들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가르쳐야 할 한 가지는 배려이다.

성경 누가복음(10:25-37)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율법사가 예수님에게 영생을 얻는 방법을 물었을 때, 몸과 마음과 힘과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이에 대해 율법사가 내 이웃이 누구인가를 다시 물었을 때 예수님은 이런 예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다 뺐기고, 매를 맞아 거의 죽게 된 것을 버려두고 가버렸다.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레위인도 그냥 지나 가 버렸다. 그런데 한 사마리아인이 이곳을 지나가다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나귀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고, 그 다음날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막 주인에게 주며 이 사람을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돈이 더 들게 되면 돌아 올 때 내가 갚아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예수님은 강도만난 사람의 이웃이 누구이겠느냐를 물으셨다. 율법사는 자비를 베푼 사마리아인이라고 대답했을 때, 너도 이런 사람이 되라고 말씀 하셨다.

상담은 예수님의 사랑을 알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사랑이 삶의 찌꺼기를 태워 버림으로써 삶을 정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예수님과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백석문화대학 조 영 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