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 딸의 심각한 고민

1980년대 초의 일이다. 여고 3학년생이 어머니와 함께 진학상담을 하러 나를 찾아왔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학생인데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우등생이었다. 상담할 문제는 본인 자신은 물리학과에 진학하여 우주 물리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어머니가 반대하여 찾아 온 것이다. 어머니의 입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학비면제를 받아 겨우 졸업을 시키게 되었고, 대학에 가서도 장학금이 없으면 공부시킬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우주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외국유학까지 다녀와야 빛을 볼 수 있는 학문이니만큼 쉽지 않은 분야라고 강조하면서 약학과를 지원하라고 했다. 그리고 모 대학 특별 장학생으로 추천해 주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병원 약국 책임자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후회 없는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당시 그 여학생에게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으로 지도했던 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90년대부터 코칭(coaching)이라는 말이 상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상담은 어려운 상태에서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라면, 코칭은 현재 아무 문제가 없는 입장에서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나약하고, 사고와 판단이 건전하지 못하여 병든 상태가 아닌지 염려되는 바가 크다. 누가 청소년들을 이렇게 나약하게 만들었을까? 한마디로 너무 귀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고생을 하며 자라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이 청소년들을 병들게 했을까?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미래의 꿈을 키우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코칭을 통하여 한 단계 도약시키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문제해결에 두지 말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자.
둘째, 문제해결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의욕을 가지도록 이끌어 가자.
셋째, 안내하는 전문가에게 의존케 하지 말고, 치유경험자에게 상담을 하게하자.
넷째, 원인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상담을 하자.
다섯째, 탁월성보다는 차이성을 격려하자.
상담은 전문가가 앞에서 이끌어 가는 것이라면, 코칭은 뒤에서 밀어 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 소중한 원석(原石)인 청소년들이 개성과 창의성을 잃지 않고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창조하도록 한 단계 도약시키는 상담을 해야 할 것이다.

성경 누가복음(7:36-50)에 바리새인 시몬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과 예수님을 자신의 집에 초청한 바리새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건은,

(1) 바리새인 시몬은 예수님을 초청해 놓고도 손님접대의 예를 갖추지 않았으나, 여인은 눈 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며 머리털로 씻으며 향유를 붓기까지 예수님을 사랑한 점과

(2) 바리새인 시몬은 예수를 메시야로는 물론 선지자로도 여기지 않았으나, 여인은 예수가 누구인지를 바로 알고 헌신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여인의 믿음의 성숙을 비교하면서 가치기준이 무엇임을 알게 하는 상담을 하셨다. 즉 빚을 진자가 탕감 받을 때 많이 탕감 받은 자가 더 기뻐한다는 것을 알게 하고(41-43절), 시몬과 여인의 가치판단의 차이점을 지적해 주신 것이다.

예수님은 바리새인 시몬에게 여인보다 못한 사랑과 믿음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고 하신 것을 알 수 있다. 상담은 넓은 의미에서 코칭이다.

                                                                        백석문화대학 조 영 길 교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