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된 그릇

학장 정기환 목사01g03.jpg

 세상의 곳곳을 돌다보면 특이한 것들을 보고 감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자연 환경 뿐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모습들에 감명을 받곤 한다. 리마는 페루의 수도이다. 몇 해 전에 그곳을 방문했을 때 처음 깜짝 놀란 것은 꼬맹이 차 티코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그 차가 맞는 가를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다. 왜냐하면 시내를 돌아다니는 공용택시의 대부분이 티코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아보니 안내자는 택시의 80%, 많았을 때는 거의 90%를 상회할 정도로 티코가 택시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물론 필자는 티코에 대한 홍보대사도 아니고 그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다만 한국산 차가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굴러다닌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작은 소형차가 들어오기 전에는 그 지역 대부분의 택시는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에서 생산하는 비틀(Beetle, 일명 딱정벌레)차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독일 차에 대한 부러움도 대단하고 일부 부유층에서나 타고 다니며 폼 잡는 것인데 말이다. 아닌게아니라 우리 동네의 앞집 아저씨도 그 딱정벌레차를 사서 얼마나 폼 잡고 다니는지 약간은 도를 넘을 정도다. 그런데 리마에 티코가 들어옴으로써 놀라웁게도 폭스바겐을 단숨에 몰아내고 장악해 버린 것이다.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가는 차>라고 광고를 해서 과대광고라 고발당한 사건이 있었다 한다.

 그래서 그곳에 굴러다니는 모든 차를 가지고 주행 시험을 했는데 과연 티코의 주행거리가 워낙 많이 나와서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었고 그때부터는 경쟁차가 없이 단독 질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금도 다른 차보다는 더 받는데 왜 요금을 더 받느냐고 질책을 하면이게 무슨 찹니까? 티코 아닙니까?”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주가를 올린다하니한국에서는 이제는 보기도 힘들고 버림받는 듯 하면서 장난감 취급받는 것이 어느 나라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을 보니 자부심도 자부심이지만 무언가 또 다른 생각에 잠기게 하는 면들이 있다.

 가치성을 인정해 주는 곳이 있고
, 또 그에 맞게 쓰임 받는 면들이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모습 속에서 주님이 연상되었다. 예수님은 모퉁이돌이면서도 버림을 받으셨다. 그것도 가장 존경해야할 유대인들의 중심에서 말이다. 그러나 주님은 역시 모퉁이 돌의 역할을 해 내신 것처럼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가끔은 버린 자처럼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리고 어디에선가는 정확하게 쓰임 받을 것을 소망하며 달려가야겠다.
 
 
현 세대가 어렵다 하지만 그 소망을 붙잡고 달음박질하다 보면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반드시 크고 멋지게 쓰임 받는 날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주님을 위해 쓰임 받을 예비 된 그릇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