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해설로부터 시작된 종교편향 논란이 종교계의 ‘스포츠 세리머니’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남아공 월드컵경기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에 기도 세리머니 등 특정 종교를 드러내는 종교행위 자제를 요청하자, 기독교계에서는 한국교회언론회가 성명서를 내고 ‘불교계가 개인의 신앙자유를 통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갈성렬 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기도 세리머니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뉴스미션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해설자인 제갈성렬 위원(순복음의정부교회 집사)이 있다. 제갈성렬 위원은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경기에서 스벤 크라머의 실격으로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우리 주님께서 허락해 주셨다”는 발언으로 해설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제갈성렬 위원은 공영방송에서 종교적 발언을 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와 함께 자진 방송 하차에도 불구하고 기도 세리머니 중단으로까지 후폭풍이 이어지자 이런 분위기가 기독교 선수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스포츠 선교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11일 본보 창간5주년 감사예배에서 만난 제갈성렬 위원은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다. 제갈 위원은 “밴쿠버에 다녀와서 몸무게가 4㎏ 줄었다”며 최근 마음고생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제갈성렬 위원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야기와 종교 발언으로 하차한 상황을 털어 놓으면서, 마치 중계석에 앉아 해설하듯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상대방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열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많이 야위신 것 같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
(밴쿠버에) 다녀와서 4㎏ 빠졌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여러 가지를 느끼고 경험한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정말 행복한 날들도 있었지만, ‘세상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구나’ 깨닫기도 했다. 사실 다녀와서가 더 힘들다. 다니다 보면 “하나, 둘. 하나, 둘. 좋아요~” 라고 외치는 아줌마와 아이들이 많고 정말 스피드스케이팅을 그렇게 재미있게 본적이 없었다는 인사도 많이 듣는다. 그렇게 해 주시니까 기운은 나지만 자질 문제와 종교편향 문제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 답답하다. 공영방송에서 자제해야 했어야 하는데 너무 흥분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말했다. 그 이후 사과하고 자진하차까지 했는데도 기도 세리머니 중단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화가 나기도 한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단독방송이 이뤄지면서 타 방송사가 흠집내기에 몰입했다는 것이다. 사실 제 마음은 대한민국이 하나가 됐으면 했다. 선수들도 태극기를 들고 나가면 국가대표 선수고, 방송국도 국가대표로 나가 있는 건데 실수를 하더라도 싸매주고 관용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하나가 되는 문화의식이 필요한 때에 해설위원들에 대한 흠집내기가 많았다. 모든 해설위원들이 방송 전에는 긴장을 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는 제갈 위원의 해설을 두고 흥미롭다는 의견과 전문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모두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제갈성렬 위원은 스피드스케이팅을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는 해설을 위해 노력했음을 밝혔다.?뉴스미션

 처음에는 인터넷 댓글 거의 다가 비난의 글이었다. 샤우팅이다, 빳데루다, 제갈홍철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런 얘기들까지 모두 기분이 좋았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하나님이 축복하셔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기 시작했다. 그런 글이 적어졌고 점차적으로 팬들이 많아졌다. 해설을 시작한지 4년이 되는데, 국민들이 스케이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기를 어떻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게 할까 계속 노력해 왔다.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말 많이 칭찬해 주셨다. 전통적인 해설에만 길들여진 스포츠 관람 형식에 대한 인식 때문에 그런 것인데, 해설자라고 전문적이고 형식적인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편안하고 생동감 있게 진행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많은 경기를 치렀고, 지도자로서도 많이 나가봤지만 해외 해설자들은 너무 활기차게 온 힘을 다해 표현하는 걸 봤다. 그래서 스포츠 해설은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느껴왔다. 저런 기운을 선수들에게도 주고 국민들에게도 전해주는 것이 해설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조금 앞서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고쳐야할 부분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노력한 부분만큼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다녀와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을 그렇게 재밌게 본 적이 없었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 감동스러웠다. 가수 김장훈씨나 방송인 조영구씨, 배우 유오성씨같은 분들이 개인적 친분이 없는데도 연락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했다.

-스피드스케이팅 1만m는 제갈 위원에게 금메달의 기쁨과 해설위원 하차의 씁쓸함을 모두 안겼다. 해설 중 스벤 크래머 실격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주님’ 발언으로 하차하게 됐는데 그 이야기를 해 달라.
 마지막 1만m 경기에서 크래머 선수가 인코스 했는데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내겐 너무 치명적이다. 사실 스케이팅스피드에는 심판과 감독, 부심판이 결정하기 전에는 어떤 것도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는 룰이 있다. 중계화면에 크래머 선수가 인코스 들어가면서 코너로만 다리가 들어가는 것이 나왔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만 얘기를 할 수 있지 나머지는 얘기할 수 없었다. 사실 크래머가 한 그런 실격은 초등학생도 안하는 실수다. 탑클래스 선수에게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바로 코치한테 전화해서 인코스를 두 번 들어간 것이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심판의 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은메달이라고 밝혔던 것이다.

 그러다가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는 정말 흥분됐다. 모든 메달이 값진 것이지만, 스피트스케이팅 장거리에서의 금메달은 월드컵 축구 우승과도 같은 일이다. 거의 불가사의한 일이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울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올림픽 메달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신이 정해준 것입니다. 주님이 허락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의도하지 않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는데, 사람들은 고스란히 하나님 욕을 했다. ‘꼭 하나님을 믿어야만 금메달을 따느냐’에서부터 ‘하나님 믿으니까 그 따위로 해설을 한다’는 것까지. 나는 하나님의 이름을 높였기에 후회는 없었지만 나를 믿어준 방송사를 곤경에 빠뜨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고, 하차 의사를 밝혔다. 하차는 했지만 혼자 중계하는 김정일 캐스터에게 경기를 설명해 주고,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다. 다만 김정일 캐스터와 찰떡궁합으로 질주본능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제갈 위원의 발언 이후 불교계에서는 기도 세리머니 자제를 요청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선수촌에 있는 기독교인 선수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예배를 드린다. 선수들은 기도하는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자신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선수의 선교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가. 이런 부분들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기독교인 선수들이 크게 위축될 거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가 크다. 사실 해설에서 하차한 후에 기독교계에서 왜 아무말도 없느냐는 주변의 말을 듣고 속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기독교계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저는 더 적극적으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크리스천의 향기 드러내는 사람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