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49)... 위염위궤양위암 예방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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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과 ()건강

미국 워싱턴대학교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는 세계 188개국을 대상으로 건강 위험요인을 79개로 나눠 조사를 실시한 연구결과를 최근에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게재했다.

 

2013년 기준으로 사망위험 단일인자로 따지면 1위 고혈압, 2위 흡연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식습관(食習慣)과 관련된 요인 14개를 합치면 전 세계 사망 위험요인 1위는 잘못된 식습관이라고 밝혔다. 사망위험요인 상위 10개안에 포함된 식습관 관련 위험요인에는 5위 나트륨 과다 섭취, 6위 과일 섭취 부족 등이 있다.

 

또한 연구소는 2013년 조사 대상애 오른 세계 사망건수 3080만건 중 21%가 과일과 통곡물, 채소는 적게 먹고, 붉은색 고기와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음료수를 많이 섭취는 등의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식습관과 직결되는 인체 기관은 위(). 위의 길이는 20-25cm, 용량은 2리터이며 음식물 흡수량은 평균 1.3ℓ이다. 위의 구조는 아래쪽으로 갈수록 튼튼한 근육층을 갖고 있어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며, 빈속일 때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앞 뒤 벽이 붙어 있다가 음식물이 쌓이면 늘어난다

 

()는 수축(收縮)운동과 연동(聯動)운동을 120초 간격으로 1분간 3회를 한다. 식후 30분쯤 지나면 위산이 음식물에 침투, 혼합되어 소화가 시작되며, 소화효소의 도움으로 음식물을 죽 상태로 만들어 유문의 조절에 의해 십이지장 쪽으로 조금씩 넘어가서 소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위로 들어온 음식은 액체인 경우 2시간, 고형물인 경우 4시간 이상 위 속에 머물게 되며, 위에서 분비되는 위액은 음식물과 함께 들어온 세균을 소독한다. 위액은 무색투명하고 약간 점성이 있으며 pH 1-2 정도의 강산성(强酸性)이다. 위는 복강동맥(腹腔動脈)에서 갈라져 나온 간동맥 등 6개 동맥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고 있으며, 위벽으로 들어간 혈관은 위점막층에서 거미줄 같은 혈관망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위장병은 대략 15가지 정도이다. 이중 위염(胃炎), 위궤양(胃潰瘍), 위암(胃癌) 3대 위장병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식사 후 소화가 안 되며, 배에 가스가 차고, 명치에 덩어리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소화불량증은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 생활습관으로 오는 소화불량증은 초기에 잡는 것이 좋다.

 

‘위염(gastritis)’이란 위내시경을 통해 위장 조직의 점막에서 염증이 증명된 상태를 말하며,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음식을 많이 먹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 특히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위장에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감염, 소염제ㆍ진통제ㆍ아스피린 등의 약물, 심한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도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위염은 발생하는 시간적 개념에 의해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조직학적 소견, 해부학적 분포 및 병태생리학적 특징에 따른 분류도 있다. 급성(急性)위염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을 비롯하여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진균 등에 감염되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알코올, 약물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만성(慢性)위염은 염증이 주로 있는 부위와 발생기전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A형은 자가면역성 기전에 의해 발생하며, 위 체부를 주로 침범한다. 한편 B형은 헬리코박터균과 관련되어 있으며 주로 위 전정부를 침범한다. 우리나라 만성 위염의 대부분은 B형 위염이다.

 

위장 점막에는 감각신경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심한 염증이 생겨도 직접적인 증상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는 반면에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급성위염의 경우에는 명치부위의 갑작스러운 통증과 구역 및 구토 등이 발생한다. 만성위염의 경우는 특징적인 증상이 없으며, 많은 환자들은 소화불량증과 같은 상부 위장관 증상을 호소한다.

 

위염 치료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결정된다. 흔히 위의 산도(酸度)를 떨어뜨리는 약제, 위장관 운동 조절제, 위장 점막 보호제 등을 많이 사용한다. 위염 환자에서 정상인에 비해 위산 분비가 과다하게 분비된다는 증거는 없지만, 위의 산도를 떨어뜨리는 약제(제산제, H2 수용체 길항제 등)가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급성위염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자극이 적은 식사를 하여야 한다. 음주, 흡연, 카페인 등은 위염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만성위염이 경우에는 금연, 절주,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도록 한다. 특히 만성위염 환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선암()을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음주, 흡연, 소염진통제 남용 등을 교정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 경우에 위염이 발생하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복용 약물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매일 30분가량 몸에 약간 땀이 날 정도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대한상부위장관ㆍ헬리코박터학회의 2012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위내시경 검진을 받은 25,536명 중 85.9%가 위염을 앓고 있다. 한편 위염에서 발전하는 위궤양 유병률은 약 1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위궤양(gastic ulcer)’이란 위장 점막이 흡연, 스트레스, 약제, 헬리코박터균 감염, 악성종양 등에 의해 손상되어 점막층 뿐만이 아니라, 근육층까지 침범한 것을 말한다. 위궤양을 흔히 소화성 궤양과 동의어로 쓰이지만, 십이지궤양과 달리 위궤양은 악성종양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단순 소화성 궤양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에 위궤양이 확인되면 반드시 악성종양과 연관이 있는 궤양인지를 감별해야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통과하여 위장에 도착한 음식물은 위산에 의해 잘게 부서진 형태로 소장으로 진행되어 영양분으로 흡수된다. 이에 위장은 필연적으로 위산(胃酸), 각종 소화효소, 담즙, 복용한 약물, 알코올 등 세포를 손상시키는 공격인자에 노출된다. 이러한 공격요인에 대해 여러 단계의 방어요인이 갖추어져 있으나,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깨질 때 위장의 점막이 손상되어 궤양을 일으키게 된다.

 

위궤양의 원인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진통제 복용, 흡연,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이며, 이 중 위장에 감염되는 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진통제(진통제, 소염제, 해열제)는 위장 점막에 직접 닿아서 자극을 일으키거나 위장 점막 세포층의 재생과 기능을 조적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 과정이 진통제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에 위장 점막이 손상되어 위궤양이 발생한다. 흡연은 위장 점막세포의 재생과 점막하 조직의 혈액순환 등에 장애를 주므로 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위궤양은 메스꺼움, 체중감소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며, 체중감소가 있는 환자에게 위궤양이 발견되면 악성 궤양 여부를 반드시 감별 진단해야 한다. 또한 장출혈, 토혈, 흑색변,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 유문부 궤양은 십이지장 궤양처럼 장폐색(腸閉塞)이 나타나 구토, 체한 증상 등이 지속될 수 있다. 위궤양은 위장조영술검사,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 등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위궤양은 저절로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50-60%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궤양 치료는 크게 위궤양의 치료,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 위궤양의 합병증에 대한 치료이다. 약물치료는 위산분비 억제제, 궤양의 치유를 돕는 점막 보호인자 등의 약물이 사용되며, 대개 4-8주간 복용한다. 헬리코박터균 치료는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1-2주간 복용한다. 위궤양 환자는 금연(禁煙)이 필수다.

 

‘위암(stomach cancer)’은  전 세계적으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위암이란 위장 점막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 중 선암 세포로 구성된 암인 위선암(gastric adenocarcinoma)을 대개 일컫는다. 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에는 위 점막상피에 생기는 위선암, 점막하층에 생기는 악성림프종, 근육육종, 간질성종양 등이 있다. 위암은 위 내부 점막에서 시작하여 암세포가 위벽을 뚫고 다른 장기로 퍼지는 과정을 밟으므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위선암을 일으키는 강력한 단독 원인은 없다. 여러 환경적인 요인(후천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선천적 요인)이 여러 단계에 작용하여 발병하게 된다. 환경적 요인에는 위장 점막에 작용하는 미세환경, 생활습관, 식습관 등이 있으며,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 염분이 많은 음식 섭취, 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 흡연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위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암 발생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암(胃癌)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경미하여 약간의 소화불량이나 상복부불편감을 느끼는 정도이다. 암이 진행되면 입맛이 없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며, 상복부의 동통이나 불편감을 호소하게 되고, 몸이 쇠약해지고 의욕을 잃게 된다. 구역질은 위암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진행된 위암에서는 복부에서 덩어리를 만질 수도 있으며,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흑색변(黑色便)을 보거나 토혈(吐血)을 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위암으로 진단되면, 주치의는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운다. 치료방법으로는 수술적 치료, 내시경적 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이 있다. 위암의 병기(病期)는 암의 위벽 침윤 정도,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 등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 분류하지만 같은 기수의 암 환자들이라도 개개인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 위암 환자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199542.8%에서 201271.5%20년 사이 30% 가량 상승했다. 조기 위암의 경우엔 90% 이상의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위암 예방수칙’을 지키도록 한다. △2년에 1회 위내시경검사(gastroscopy) 정기검진을 할 것. △매운 음식보다 짠 음식이 위에 치명적이므로 되도록 싱겁게 먹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건조ㆍ훈제ㆍ염장 식품, 방부제 넣은 식품에는 고농도의 질산염(nitrate)이 들어 있어 장기간 섭취하면 위암 발생의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1.6배 높으므로 금연하여야 한다. 간접흡연도 피하는 것이 좋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발생원인 중 하나인 만성위염을 일으키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인간은 건강(健康)이 부()나 명예(名譽) 보다 우선하는 행복(幸福)의 척도이다. 이에 무병장수를 위하여 균형 잡힌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인 사고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사람이 재산을 잃는 것은 조그마한 것을 잃는 것이며, 명예를 잃는 것은 좀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인생의 전부를 잃는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