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WCC중앙위원회 총회 장소 투표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 부산은 70표를
   얻어 59표를 얻은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제치고 제10회 총회를 유치하게 됐다.

 2013년 개최되는 제10차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의 한국 유치가 확정되면서 WCC의 신학 노선을 둘러싼 진보-보수 교단 간 논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자칫 한국교회의 분열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WCC 논란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WCC 총회 두고 교단별 입장 ‘극과 극’

지난 8월 말 WCC 총회 장소가 부산으로 최종 결정됐을 당시에는 NCCK를 비롯해 교계 곳곳이 축제 분위기였다. NCCK는 다음 달인 9월 16일 총회 유치를 감사하는 예배를 드렸고, 교계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인사들이 축하의 뜻을 전해왔다. 그러나 얼마 후 일부 보수 교단들의 정기총회를 발단으로 ‘WCC 총회’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예장고신과 예장고려는 총회 개최 반대를 공식 결의했고, 예장합동은 WCC에 상응하는 ‘세계 개혁주의 보수교단협의회를 조직해, 같은 해인 2013년 세계대회를 개최하자’는 헌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예장합신과 개혁총회도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런가 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WCC문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곧바로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 유치위원회를 꾸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NCCK를 주축으로 WCC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ㆍ기장ㆍ성공회ㆍ감리교 등은 이를 크게 개의치 않고 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WCC 총회는 세계교회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호기이며, 총회 유치에 대한 일부 교단들의 우려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총회 반대 “종교다원주의 표방하는 WCC 인정 못해”

이처럼 WCC 논쟁이 가속화된 데에는 타 종교의 구원을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에 관한 교단 간 극명한 견해 차이가 도화선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WCC는 전 세계 110여 개 국가에 개신교회와 정교회를 대표하는 340여 개 교단이 소속돼 있어 다양한 신학 노선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협력과 화합을 위한 목적으로 타 종교와의 대화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 교단들은 “WCC는 구원에 이르는 길이 다양함을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교회 정체성과 맞지 않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종교다원주의 문제 외에도 △WCC가 사회구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영혼구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WCC 소속교회 중 기독교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 교회가 있다는 점 등이 주요 논란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9월 있었던 총회 유치 감사예배

총회 찬성 “사실과 다른 오해 많다”

반대 측 교단들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찬성 측에서는 ‘사실과 다른 오해’라는 반응이다. 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인 금주섭 목사는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WCC와 관련한 논란들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WCC를 종교다원주의 단체로 비판하는 분들이 인용하는 내용 대부분은 WCC가 개최했던 회의에 참석한 일부 신학자들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며 “WCC는 결코 종교 다원주의를 신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CC가 추구하는 공존과 대화적인 관계가 신학적으로 종교다원주의와 등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구원과 관련해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만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을 회복하고 살리는 사역도 함께하셨다”면서 “가난과 기아, 질병, 폭력으로 고난당하는 온 세계 하나님의 백성에게 영적 구원과 더불어 육체적인 회복과 치유를 위해 WCC는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목사는 또 “교계 일각에서 WCC 소속교회인 정교회가 삼위일체 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신앙의 전통이 다른 것이지 교리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조만간 한기총에서 대책위를 통해 WCC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모쪼록 한국교회가 이번 문제로 인해 ‘화합과 일치’라는 대의를 저버리지 않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미덕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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