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규 선교사 아프간 순교 6주기 맞아 유고집 출간
"사람을 태워 그리스도께 데려다 주고 빈 배로 돌아오는 나룻배 같은 삶 주소서"


배형규 목사 아프칸 순교 6주년.jpg "
비전이 있는 사람은 내가 지금 고통이 있고 아픔이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연약함과 아픔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것이 십자가의 능력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못 박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하나님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십자가의 능력입니다."(2006416일 설교 중에서)

"칼뱅은 마지막 순간에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을 16번째 암송하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우리가 고난의 때에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땅의 고난이 우리의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끝이 언제입니까.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그때가 진짜입니다."(2006618일 설교 중에서)

청년사역에 소명을 받은 젊은 목사가 있었다. '다음세대를 키우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은 목사는 청년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올바른 신앙과 신학, 그리고 그에 따른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이라며 선교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부터 세계 선교에 앞장서겠다고 결심했다. 그에게 훈련받고 해외오지로 떠나는 헌신자들이 줄을 이었다.

2007725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단체에 피살된 고 배형규(당시 42) 목사의 이야기다. 그의 삶과 신앙, 사역을 엿볼 수 있는 책,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기독교강요'(맑은나루)가 최근 출간됐다. 책은 그가 폐 질환으로 고향 제주도에서 1년을 지내면서 만든 성경공부 교재에 2006312월 경기도 성남 샘물교회 청년회 예배 때 설교한 내용을 더한 것이다.

"번영할 때는 감사한 마음을, 역경 속에서는 인내를, 미래에 대한 우려에서는 놀라운 자유를 얻게 된다." 그가 장 칼뱅의 '기독교강요' 중 백미로 꼽은 섭리론의 이 구절은 그의 인생 행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신학교에서 종교개혁의 체계를 세운 장 칼뱅을 배우면서 처음 접한 '기독교강요'에 깊이 매료됐다. 그는 1998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청년회 소그룹 모임에서 '기독교강요'를 가르쳤다.

그가 '기독교강요'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는 200693일의 설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이날 설교에서 "'기독교강요'의 가장 큰 유익은 신앙의 균형을 갖는 것"이라며 "균형 있는 신앙생활은 정말 뜨겁게, 그렇지만 말씀대로 신앙생활하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성도들은 그의 '기독교강요' 설교에 많은 은혜와 도전을 받았다. 98년 개척 때 10여명에 불과했던 샘물교회 청년회는 20073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교회 청년회원 중 17명이 중국, 인도, 일본, 아프가니스탄 등의 선교사로, 8명은 전임 사역자로 헌신했다.

배 목사는 훈련받고 헌신하는 이유는 한 가지라고 했다. 우리 주님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죽도록 충성한 뒤 '무익한 종'이라고 고백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배 목사의 일화를 소개했다.

"순교하던 해에 배 목사는 제3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형제로부터 세례를 베풀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배 목사는 그곳에 가서 그 형제와 며칠간 교제한 뒤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2007년 말 그가 배 목사의 순교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배 목사가 순교의 길을 간 것처럼 자신도 동포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고백을 남기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떠올릴 때마다 우리가 걷고 있는 믿음의 길이 어떤 길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20077월 배 목사가 이끈 한국 봉사단의 아프간 피랍사건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한국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성과 침체의 아픈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분쟁지역에 봉사하러 가서 희생된 이들의 죽음이 한국사회에 남긴 메시지도 적지 않다.

"청년 시절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꿈, 그것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준비되는 것입니다." 배 목사가 청년 제자들에게 제시한 비전이다. 그는 사람을 태워 그리스도께 데려다주고 빈 배로 돌아오는 나룻배처럼, 영원한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처럼 그런 삶을 살기 원했다. 이 같은 '나룻배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했던 그는 20109월 예장 통합 제95차 총회에서 순교자로 추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