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살리는 설교자- 국내

 
 지난 11월 27일, 총신대학교 한국기독교사연구소는 ‘사랑의교회 30년 평가와 전망’이라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박응규 교수는 “한국교회를 깨운 옥한흠 목사의 설교 세계”라는 논문을 통해 옥 목사의 설교는 “개인만의 소유도 아니고, 사랑의교회만의 것도 아니며, 모든 신앙인들에게 그 귀한 의미를 던져야 할 한국교회의 영적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옥한흠 목사의 설교는 한국교회에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청중 분석

옥한흠 목사에게 있어 청중 분석은 본능적이고 직감적인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은사라고 볼 수 있다. 그 스스로가, 자신이 설교할 때 눈높이를 어디에 두고 이야기하는지를 직감적으로 아는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한국의 명설교가 시리즈3-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리게 하십시오,”『그말씀』, p.8).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제자훈련을 진행하면서 평신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영적 상황을 경험하다 보니,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가에 대한 무언의 해답을 얻었다고 진술한다.

청중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원래부터 청중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마음이 뜨거워서 힘 있게 전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당시, 청중을 이해하는 면에서 배려가 부족했다고 고백한다(“이달의 설교자-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야 합니다,”『그말씀』, p.26). 세상과 별로 접촉이 없는 교회 안에서 사는 목사도 갈등과 연약함이 있는데, 세상 속에서 사는 교인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몸부림치고 괴로워할까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청중과 관련해, 옥 목사는 설교자가 가장 잘 빠지기 쉬운 위험 가운데 하나를 소개한다. 그것은 설교자가 사람을 잘 모르고 설교한다는 점이다. 옥 목사는 기독교의 본질을 ‘만남의 종교’(“설교와 청중,”『월간 목회』, p.83-84)로 규정하면서, 설교자는 하나님의 대변자로서 진리를 정확하게 알고 전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옥 목사는 한국교회 설교자를 크게 보수주의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으로 구분하면서, 청중분석과 관련해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보수 진영에 속한 설교자들이 하나님 말씀의 중요성을 깊이 강조하여 깊이 연구하고 기도하며 묵상하는 데 비중을 크게 둔 것을 아름다운 자세라고 칭찬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자유주의 전통의 설교자들은, 하나님 말씀보다 인간과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성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그들 역시 편향성을 지닌 청중 이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옥 목사가 제시하는 설교자의 청중 이해는, 무엇보다 먼저 인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교자는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청중들이 현실적으로 당면한 심각한 문제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가정, 사회, 정치적으로 알 것을 지적한다. 그럴 때 설교는 듣는 사람들의 심장을 향해 말씀을 쏘는 설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중을 이해하란 말인가? 옥 목사는 크게 다섯 가지를 주문한다(“설교와 청중,”『월간 목회』, p.83-84). 첫째, 설교자는 강단에 설 때 하나님 앞에 선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이는, 설교자는 전하는 자로서의 도구로 사용되는 인간이고, 청중은 듣는 자로서의 입장에 있는 인간이란 점에서 동일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설교자가 강단에 서지만, 하나님 앞에서 설교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설교자의 양면성을 강조하는 통찰이다.

둘째, 청중에 대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하라. 이는 독일의 실천신학자 루돌프 보렌(Rudolf Bohren)의 말을 빌려 강조하는 사항이다. 자신의 설교를 듣는 청중을 놓고 감사하는 것이 청중을 이해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셋째, 설교를 듣는 자기 청중에게 비전(Vision)을 가지라. 이는 청중에 대해 부푼 기대감을 갖고 설교하라는 주문이다. 비록 지금은 청중이 신앙적으로 어리고 문제도 많으며 설교를 경청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이 청중을 통해 큰 기적을 이루실 것과 놀라운 역사를 일으키신다는 비전을 갖고 청중을 바라보라는 의미다. 그럴 때 청중을 이해하는 눈이 훨씬 달라질 것임을 강조한다.

넷째, 청중을 창조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옥 목사는 설교를 카리스마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왜? 설교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고, 성령이 하는 사역이기 때문이란다. 성경 말씀을 창의적으로 깊이 연구하고 성령 충만하면, 자연적으로 카리스마적인 설교에 호응하는 청중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설교로 자기 양을 낳는 해산의 축복,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설교자에게 주시는 독특한 선물임을 역설한다.

다섯째, 설교 형식을 지나치게 기계화시키지 말라. 옥 목사는, 설교가 다양성을 띄는 것이 좋고 유연성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가 선호하는 설교 방식은 강해설교다. 성경 본문에 충실하고, 그 다음에 현실 적용력이 강해야 하며, 성령의 영감을 통한 호소력이 있어야 된다고 지적한다.

청중을 바르게 이해하면서, 하나님 말씀이 가르쳐 주시고 명령하시는 대로 양심껏 전할 때 설교가 설교다울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설교에 대한 옥 목사의 지론이다.

해산의 수고를 마다 않는 설교 준비

옥한흠 목사는 서재에 들어갈 때마다 산실에 들어가는 임산부의 아픔을 지니고 들어간다(“이달의 설교자-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야 합니다”, 『그말씀』, p.27-28).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는?’라는 물음에 그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그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다가 임하는 영감 속에서 동기를 찾는다. 거기에 목회자의 느낌과 현실적인 요구를 한데 묶어 목요일까지 구상해 나간다. 정작, 그가 한 편의 설교를 완성하는 날은 늦은 토요일쯤이다. 옥 목사가 일주일 내내 한 편의 설교를 완성하기까지, 실로 해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옥 목사는, 설교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원고를 철저히 쓰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달변이 못 되는 그로서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보려는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그 후, 한 가지 괴벽이 생겼다. 그것은 완전히 준비된 원고를 들고 강단에 올라간 다음에도, 설교하면서 무언가 빠지지 않았나 하는 미흡한 기분 때문에 한 번 하고 난 설교를 뜯어고치기를 잘한다는 점이다. 과거, 그가 담임목회를 할 때 어떤 때는 하루 4번 하는 주일설교가 전부 다를 정도로 씨름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고집스럽게 괴벽스러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발전을 위해서다. 그리고 성령에 민감하기 위해 별로 손해 볼 것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옥한흠 목사는 사랑의교회에서 두 번 정도의 설교 변천과정을 겪었다. 초창기(개척-새성전 입당하기까지 6년)는 대부분 요점만 적은 메모지를 들고 설교했다. 당시, 초신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용을 쉽게 전할 뿐 아니라, 청중들과의 교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이때는 어떤 틀이나 원고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 설교는 문장이 조잡하고, 내용이 중복되었으며, 길이가 들쭉날쭉했다.

그 후 교회를 건축하자마자 1년이 못 되어 출석교인 수가 2천 명으로 뛰어올랐다. 그때부터 옥 목사 설교는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설교를 매끄럽게 해야겠다는 생각과 예배가 3부로 이어지면서 시간에 쫓겨 미리 문장이나 내용을 다듬지 않으면 한정된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교회의 열악한 환경이, 그로 하여금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전에 비해 설교 시간은 짧아졌는데, 대신 준비하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설교 준비와 관련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옥 목사는 토요일 늦게까지 심혈을 기울여 설교를 준비하곤 했다. 18년 동안 사랑의교회 부교역자로 섬긴 김현수 목사에 따르면, 아무리 중요한 결재사항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옥 목사의 설교준비 여부를 눈치껏 파악하고 담임목사실에 들어가야 했다고 증언한다. 담임목사 비서실에 연락해서 설교완성 여부를 파악한 다음, 준비가 끝났다는 사인을 받고 결재판을 들고 들어가는 것이 현명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결재를 청하면 사소한 내용으로 꾸지람을 듣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옥 목사의 설교준비와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는 그에게 설교 자료를 제공하는 다수의 스태프(Staff)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본문 선정에 따른 신학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간사, 영어에 능통해 외국의 자료를 조사(Survey)하는 간사, 시사적인 예화거리를 제공해주는 간사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교회의 정식 직원이었으며, 보직은 옥 목사 설교 담당 비서진이 있었다고 전해진. 그의 설교에 각양의 풍성한 예화가 실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