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울 줄 알았던 감독회장 선거 후유증을 1년 넘게 치유하지 못함으로 증상을 키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장애 정도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심각’ 그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는 개회됐으나 방해로 본격 진행은 되지 않아

기독교대한감리회는 18일 오후 1시 광화문 감리교본부 16층 회의실에서 재선거관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개회 선언과 함께 서기 선출까지는 진행했으나, 지난 9월 22일 재선관위 회의 방해 관련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한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한 김국도 목사 지지자들의 항의에 부딪쳐 끝내 정회됐다.

개회선언이 이뤄졌고, 정회가 선포됐다는 점과 방해의 정도가 거칠어지고 심해졌다는 점을 빼고 이날 회의는 지난 9월 22일 모임의 재판이었다. 가처분 대상자들은 의장석을 에워싸고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이니 결과가 나온 후에 하라”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특히 이들은 “직무대행이 자신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답변서 제출을 하루 앞두고 자기에게 유리한 정황을 연출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그것도 불법으로 회의를 소집했다”며 “이용당하는 줄 알면서도 불법 모임이기에 막아서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규학 직무대행은 급하게 정회를 선언한 후 회의장을 떠났으며 선거관리위원들도 잇따라 자리를 떴다.

이날 참석한 선거관리위원들은 47명으로 본부가 정한 식당서 식사한 인원은 23명, 김국도 목사 측 식당서 식사한 인원은 14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직무대행 임기는 새 감독 취임까지”

정회 후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규학 직무대행은 “참담한 심정과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면서 “오늘 정회된 선관위 회의는 조만간 속회될 것”이라고 밝혀 지난 9월 22일과 달리 이날 회의가 개회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직무대행의 임기와 관련 이 직무대행은 “재선거를 해서 새 감독회장을 취임시키라는 게 합의 사항이므로 새 감독 취임까지를 임기로 본다”고 답했다.

합의 당사자인 신기식 목사의 집중적인 방해 및 고수철 목사의 재심 신청 등으로 재선거 실시가 불가능했기에 ‘12월 31일까지’라는 물리적 기한보다 ‘새 감독회장을 취임 시킨다’는 임무 수행의 기한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남은 임기 내 총회 개최 기다리겠다”

반면 김국도 목사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충식 목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회의의 불법성을 지적과 함께 직무대행과 본부측이 직무대행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 유리한 정황을 연출하기 위해 불법 모임을 의도적으로 소집했다고 비난했다.

김 목사는 “적어도 2주전에는 회의 소집이 통보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오늘 모인 이들은 총회 공천위원회의 보고를 받지 않았으므로 모임 자체가 불법”이라며 “따라서 오늘의 모임은 본부를 지키려는 몇몇 사람들의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충식 목사는 “직무대행의 임기가 12월 31일까지 보장된 만큼 여기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바람은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고 직무대행이 마음만 먹으면 남은 임기 내에 총회도 가능한바 직무대행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재선거, 총회, 연합연회 어느 것도 불가능한 현실

이날 파행으로 끝난 재선거관리위원회 회의는 감리교가 불능 상태에 빠진 총회 행정의 정상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는 평가다.

△재선거를 치러 새 감독회장으로 하여금 총회 소집 후 행정 복원케 하려고 하면 김국도 목사측서 원천 봉쇄에 나서고, △총회를 먼저 치러 행정을 복원한 후 재선거를 실시하려고 하면 (기도회 형식으로) 원천 봉쇄에 나서겠다고 한 전감목개혁연대가 나설 것이며, △연합연회는 연회 감독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해 이도저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규학 직무대행의 견해와는 달리 ‘1월 1일 이후 이규학 직무대행의 지위가 상실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인바, 이 때 발생하게 될 감리교 법적 리더십의 공백을 메울 아무런 장치도 없어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는 것이다.

중증장애 환자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불능’ 상태에 빠진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 중의 하나답게 다시 모든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혹자의 표현처럼 내년 연회감독 선거 때까지 헤어나지 못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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