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종교는 천주교이지만 고인은 한국교회와 민주화 운동으로 연결된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 이에 고인의 서거 소식에 교계, 특히 그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인사들은 깊은 애도의 뜻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07년 6월 9일 ‘6월민주항쟁 20년 기념식’에 참석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형규 목사(왼쪽)?뉴스미션

NCCK와 한기총 애도문 발표

먼저 고인이 전두환 군사정권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세계교회협의회 등 전 세계 네트워크를 동원해 구명운동을 벌였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8일 오후 애도의 글을 내고 충격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했다.

NCCK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독재 정권 치하에서 민주화를 이룩하고, 남북 대화와 정상 회담을 통해 민족 통일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IMF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국가 부도 직전의 경제 위기를 극복했고, 인권과 평화를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로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NCCK는 “이런 업적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를 했고, 우리 민족의 자랑이었다”면서 “하나님께서 고인의 영혼에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모든 장례 절차를 주관해 주시고, 슬픔 가운데 있는 유가족들과 국민 모두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생을 정치인으로서 격동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 속에 민주화와 남북평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교계 지도자들 “마음 아프다”

비록 종교는 달랐지만 고인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같이하며 동지적 길을 걸었던 교계 인사는 물론 고인의 생전에 함께 교분을 나눴던 많은 목회자들도 고인의 서거에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DJ정부 시절 구성된 제2건국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지낸바 있는 김상근 목사는 “지금은 그 어른이 곱게 눈을 감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분의 서거가 더욱 마음 아프다”며 “말씀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거듭해서 하신 말씀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의 뜻을 받들어서 우리 민족이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심정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목사는 “돌아가신 분의 신앙이 참으로 깊고 높다”며 “그분을 정치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 분의 깊은 신앙을 가진 신앙인으로 보아서 그분의 삶과 주장과 이런 것들을 정치적인 차원만이 아닌 신앙적인 차원에서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고, 교계 역시 그분의 높고 깊은 신앙을 배우고 따라가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거 전날 고인의 쾌유를 비는 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한 바 있는 한기총 전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마치 임종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것처럼 됐다”면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면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셨던 분이기에 그분의 서거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이런 저런 얘기 많이 하지만, 그분은 민주화와 남북 화해를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셨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위문하고 기도하고 좌우를 막론해서 많은 분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가게 된 것이 아쉬운 중에도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독교계와는 민주화 동지적 관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독교(개신교)계와 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시도와 유신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비롯된다. 김관석 목사, 강원용 목사, 문동환 목사, 이우정 장로 등 NCCK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기독교계가 그 중심이었다.

특히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함께 하던 NCCK는 전두환 군사정권이 내란 음모죄로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하자 구명운동에 적극 나섰을 뿐 아니라, 1980년대에는 통일운동을 함께하는 등 고인에게 큰 버팀목이 돼 줬다.

이런 연유로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이었던 오충일 전 NCCK회장,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였던 박형규 목사, NCCK 총무와 CBS 사장을 지낸 김관석 목사 등 에큐메니컬 진영 원로들이 고인과 가까운 사이였다.

이후 집권을 통해 국민의 정부 시대를 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동지들인 많은 기독교인들을 정부에 참여시켰다.

햇볕정책 전도사이자 실천자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문익환 목사의 동생으로 평화민주당 부총재를 지낸 문동환 목사, 새천년민주신당 창당에 함께 했던 이재정 전 성공회대 총장, 총리로 지명됐던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환경부장관으로 입각해 참여정부에서 첫 여성총리를 지낸 한명숙 유엔인권센터 이사 등이 그들이다.

한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창천감리교회 장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