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형 목사 국회 앞 1인 시위...사태 해결은 미지수

 허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백운형 목사(68, 성현교회)가 수척해진 노구를 이끌고 나무지팡이를 짚고 국회 앞에 섰다. 총신대학교 송전탑 선로 변경을 요구하며 공사 현장인 뒷산에 천막을 치고 시작했던 40일 간의 단식투쟁을 마치고 하산한 것이다.

 
▲ 백운형 목사(68). 총신 송전 선로 변경을 요구하며 40일 단식투쟁을 마친후 노구를 이끌고 나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스파워 최창민

백 목사는 15일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1인 시위를 마지막으로 40일간의 단식을 중단했다. 이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백 목사는 “현재대로 송전선로가 지나가면 학생들이 불안해 기피하므로 학교의 존속이 어려워진다.”며 “누가 보아도 직선 선로인 금호아시아나 골프장 쪽으로 선로가 변경돼야 한다. 42기 송전탑을 옮기지 않고는 어떤 타협안도 받아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 목사는 “송전탑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지 않으면 본인의 기도의 불씨가 전국 1만2천여 교회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서정배 부총회장도 총회성명서를 낭독하면서 “만약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부당성과 불법성이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다면 본 교단은 전국적인 비상대책기구를 조직해 광범위한 저항운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본 교단 전체로 반정부적 정서가 확산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총신대학교 정훈택 총장 직무대행, 황원택 운영이사장, 남태섭 총회 부서기 등이 참석했다.

총신대학교 69회 졸업생인 백운형 목사는 지난 6월 5일부터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산실인 총신대학교에 76만5천볼트에 이르는 초고압 송전 선로가 지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사 현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여왔다.

백 목사가 단식을 시작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일 새벽, 송전탑 건설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은 인부 30여명과 용역 백여 명을 동원해 송전탑 42기 공사를 강행했다. 이후 공사 재개 소식을 듣고 몰려온 총신 신학생 8백여 명과 크게 충돌해 네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 한전이 총신대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학생들과 충돌하고 있다. ?총신학보사.

현재 총신대학교 인근을 우회하는 송전탑 세기 중 두기의 공사가 마무리 됐으며 43기 한 개만 남겨 놓은 상태다. 총신대측은 공사 재개 다음날인 3일 오전 서울 한전 본관 앞에서 3천여 명 규모의 송전탑 건설 저지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별다른 한전 측으로부터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 백운형 목사가 단식투쟁을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경기도 용인)은 공사가 재개된 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신일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우 의원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한전의 송전선로가 관보에 게재되기도 전에 자신의 사유지를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며 “한전의 송전선로 변경은 불법행위이자 천 회장 개인에 대한 명백한 특혜 제공”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양지면 고압철탑 진상조사단’이 꾸려졌다. 단장은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이 맡았다. 한나라당 배은희, 강용석 의원,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조사단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송전탑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또 사흘 후인 21일 MBC는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철탑에 얽힌 사연’이란 제목으로 총신 송전탑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한전측은 최근 교단 지도부를 찾아 국회진상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온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예장합동 교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교단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이, 선로 변경된 시점이 전 정권 시기였던 점 때문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이 문제를 이 대통령과 연결 지어 ‘특혜 의혹’을 부각시켜온 예장합동 교단에 불쾌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오늘 성명서에서도 “이전 정부의 실책”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또 고압선 선로와 송전탑으로 인한 갈등지역이 이곳 뿐 아니라 10여 곳에 이르는 점도 문제다. 국회 진상조사단도 총신대측의 선로 변경 요구를 마냥 들어줄 경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단이 양측을 중재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할 경우 학교측이 원하는 선로 변경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국회 진상조사단은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등 다른 현안에 묻혀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측과 총신대측이 협상과정에서 논의했던 토지수용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진상조사단이 나서면서 양측의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난제들을 해결하고 총신대학교 뒷산 정상을 따라 늘어설 예정인 송전 선로가 정상 너머로 변경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