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전혀 새로운 나”를 창조합니다.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담임, 기윤실 이사)
 지난해 전세계를 휘청거리게 만든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는 지금도 그 맹위가 사그러들지 않고 연쇄적인 충격파로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을 경제 전문가들은 탐욕스러운 파생상품들로 금융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또 그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만, 영적으로 볼 때 오늘날 미국이 이토록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게 된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신앙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건국 초기에 청교도들이 집을 짓기 전에 먼저 교회를 세웠던 신앙적인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헌법에서부터 사회 윤리에 이르기까지 그 뼈대를 세우고 피를 돌게 한 것은 기독교정신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의 월가는 성경에서 그렇게 경고했던 탐욕 때문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국가로 공인된 미국이 탐욕 때문에 이처럼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는 것은 실상 크게 놀랄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대표 기독교 전문 조사기관인 바나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예수님 때문에 삶의 변화를 보인 사람은 그리스도인 중에서 10%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 그리스도인의 대다수가 겉은 신앙의 옷을 입고 있지만, 속은 여전히 세상적인 윤리와 문화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 금융계의 위기는 그 밑바닥에 예수 믿어도 변화되지 못한 신앙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요,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믿는 순간 새로운 피조물로서 인간 속성의 변화, 신분의 변화가 근본적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 가운데 변화의 모습이 이토록 부족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역부족인 이유는 교회 내에 진정한 복음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지식은“개선된 나”를 추구하지만, 복음은 “전혀 새로운 나”를 창조합니다.
 
복음이 예수의 피와 부활의 권능이 아니라, 영성 개발의 지침과 교훈적 지식으로 버무려지고 오염될수록 세상 속에서 변화 받은 그리스도인은 점점 더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교회가 변화 받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을 양산하는 것처럼 하나님과 세상에 무서운 해독을 끼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개신교를 믿는 숫자가 증가할수록 그 나라의 부패는 감소한다는 트라이스맨(Triesman)의 연구 결과를 비춰볼 때, 한국에서 교인들의 증가가 사회적인 부패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정직도나 부패지수에 있어서 교인수가 20%나 되는 우리나라가 1%도 되지 않는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한국 교회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가 진정으로 변화된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세우는 일은 곁가지로 흘러가는 교회의 에너지를 신앙의 본류로 돌려놓음으로써 복음의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정직한 영으로 새로워지기만 하면, 불신과 거짓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척박한 땅들을 기경(起耕)하여 사회의 양심을 되살리는 영적 기풍을 일으키고 경건한 문화를 만들어냄으로 우리 사회를 살리고 복음 선교의 토대를 마련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