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정체성 흔드는 내용도 있어

정부는 지난 해 9월 18일 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하였다. 그 중에 제4조 제2항에 보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두고, 지난 해 10월 1일부터 시민들의 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접수된 공직자의 ‘종교차별’이라고 느끼는 내용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교회언론회는 문체부의 심의를 통해 처리결과가 나온 27건에 대하여 그 내용을 분석해 보았다. 심사 결과는 지난 해 10월 1일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의 접수와 심의결과를 토대로 하였다.

관련 내용을 종교별로 보면 기독교가 16건으로 가장 많고, 불교가 4건, 천주교가 2건, 통일교 1건, 모든 종교에 관계된 것 1건, 기타 2건, 접수자의 철회 1건 등이다.

기독교 관련된 종교차별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성탄절에 임박하여 카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것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도하거나 성경 내용을 소개한 것에 대한 것이 4건, 서울시청 앞의 성탄트리에 십자가가 들어간 것에 대한 시정요청이 3건순이다.

또 동사무소에서 교인들이 커피를 대접한 것이 1건, 시목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1건, 심지어 우편집중국 마크가 ‘십자가’와 비슷한 것에 대한 의견이 1건, 관공서 행정 봉투에 종교명이 들어간 것이 1건 등이다.

반면에 불교에 대한 종교 차별적 접수 사항은, 사찰 명으로 거리 명칭을 만든 것, 정부요인이 불교계 행사에만 참여하는 것, 사찰 내 납골시설설치 및 신고 관련 시 행정기관 처리과정의 문제, 영장이 발부된 수배자가 사찰에 있는데 검거하지 않는 것 등이 각각 1건씩이다.

천주교에 대한 것은, 버스 정류장에 성당 사진을 부착한 것, KBS 공영 방송이 프로그램 시작 때마다 천주교를 방영한 것 등에 대한 시정요청이 각 1건씩이다.

이러한 불만과 심사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첫째는 기독교에 대한 불만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27건 가운데 16건은 59.2%에 해당하며, 현재 접수되어 있으나 아직 심의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까지를 포함하면 총 45건이 되는데, 그 가운데 기독교 관련이 26건으로 가장 많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 비율로 따져보아도 과반수가 넘는 수치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대 사회적 역할과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둘째는 이러한 결과들이 특정 종교에 의해서, 기독교를 겨냥하여, 공직자들의 종교 활동을 차단하자는 의도가 먹혀들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이미,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던, 기독공직자들의 직장 내의 건전한 종교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고 들린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셋째는 접수된 내용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성탄트리에서 ‘십자가’를 제거하라는 요구가 다수 있는데, 성탄절은 당연히 기독교 관련 절기인데, 기독교에 대한 몰이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 구원을 위한, 고난과 소망을 담은, 기독교를 상징하는 의미이다.

넷째는 정부에 의해서, 이러한 공직자종교차별 금지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가 특정종교의 압력에 의하여 이러한 제도를 만들었지만, 과연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가를 검토해 보았는지 의문이다. 만약에 종교의 자유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직자들이 업무 처리 과정에서, 종교 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취지는 맞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정과 교류도 끊어 놓고, 활기 있고 건강한 공직자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종교 활동도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자칫, 비뚤어진 종교 감정에 좌우된 측면이 많다고 보인다.

공직자들도 종교를 가질 수 있고, 직무상이나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며, 봉사와 같은 선한 목적과, 민관협조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공직자라 하여 무조건 종교행동을 감시하고, 차단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회발전에 저해 요소가 된다고 본다. 또 종교 간에 견제하는 모양이 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생길 우려까지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우선은 기독교에 대한 국민들의 일부 지적이 국민 정서로 대표할 수 있는 올바른 지적이라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기독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내용까지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공직자종교차별에 대한 심사는 시작되었다. 이 제도가 공직자들의 종교에 대한 중립에 목적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관행에서 빚어진 종교간 불평등에 대한 해소와 설득도 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기독교계는 그간 대통령이 특정종교 집회에 참석하는 것과 불교 사찰 건립에 엄청난 재정을 지원한 일에 대해서도, 과거 정권에서 모 장관이 특정종교 행사에만 참석했던 것과, 청와대 고위인사가 개인 사찰 여러 곳에 교부금을 자기주머니 돈처럼 지원한 일, 석가탄신일 전후 2개월 이상 거리에 연등을 무단으로 게시(揭示)하는 것을 보면서도 종교편향으로 몰아가지 않았었다.

또한 특정 종교에 매년 터무니없이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특정종교처럼 종교 편향이라며 ‘몽니’를 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종교 별 정부의 재정지원 액수와 그 내역, 그리고 그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계기는 현 정치권에 대한 특정 종교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종교의 불만 해소를 위한 정부의 무마용이, 이제는 자칫 특정종교를 비난하는 제도로 자리 잡아 갈 공산(公算)이 크다. 이는 또 따른 <종교편향>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빚어낼 수도 있음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교회언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