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떻게… 초등생 남매 살해 드러나 

 
 


병원서 수면유도제 빼내 투약 후 범행 경찰·진술·행동 의혹 많아 보강 수사
경기도 의정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생 남매는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경찰서는 5일 의정부시 가능동 자신의 집에서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쯤 아들(11)과 딸(9)을 끈으로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이모(34)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인 이씨는 지난달 21일 근무하던 병원에서 마약 성분이 포함된 수면내시경용 수면유도제와 주사기 2개를 몰래가지고 나와 범행 당일 남매에게 감기약이라고 속이고 혈관주사로 투약했다. 이씨는 이어 아이들이 졸음을 참지 못해 잠들자 책상에 있던 끈으로 아들과 딸을 차례로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후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숨진 남매를 거실로 옮겨 놓고 가구의 서랍을 열어 옷가지를 흩어 놓은 뒤 서울로 남편을 마중나갔다가 오후 9시10분쯤 함께 돌아와 아이들을 발견한 것처럼 경찰에 신고 했다. 경찰은 숨진 남매가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 부검 결과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이상하게 여겨 해당 병원에 확인한 결과 재고량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강원도 영월에 숨어 있던 이씨를 체포해 범행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살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의 진술과 행동에 의문이 많아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우울증으로 두 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는 등 증세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고,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남편과 자신의 수입이 월 300만원이 넘어 빚이 없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말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119신고로 구급대가 출동하자 이씨가 숨진 남매에게 인공호흡을 하며 “내 아이를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으나 곧바로 현장을 훼손하는 등 석연찮은 점이 많아 범행 동기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찾아낸 수면유도제 앰플과 주사기 2개를 증거물로 압수하고 이씨에 대해 살인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정부=김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