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추모시위대, 경찰관 11명 집단폭행 파문
지갑 빼앗긴 경찰관 신용카드 부정사용 의혹까지

지난 주말 용산 참사 추모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위대가 밤 늦게까지 서울 도심에서 산발적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관 16명을 집단 폭행했다. 특히 한 경찰관이 폭행 과정에서 지갑을 빼앗긴 직후 지갑 안에 있던 신용카드를 누군가 빼내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시위대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9시20분께 서울역에서 추모집회를 마치고 동대문으로 이동한 200여명의 시위대 일부가 1호선 동대문역 일대에서 이 경찰서 정보과 최모(52) 과장, 박모(36) 경사와 의경 등 경찰관 11명을 집단 폭행했다.
시위대 40여명은 오후 9시10분께 동대문역에 도착해 6번 출구 계단을 올라오다 정보과 박 경사가 무전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 세례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박 경사는 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신용카드 3장과 현금 6만원이 든 지갑과 무전기를 빼앗겼다.

이어 5~6분 뒤 누군가 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인근 창신동의 모 의류매장과 편의점에서 각각 15만4,000원 짜리 점퍼와 2만5,000원 짜리 담배 한 보루를 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카드를 결제한 40~50대 남성이 시위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여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동대문역에서 나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종로5가역 방면으로 이동하려다 방범 순찰대 1개 중대 70명이 제지하자 오히려 이들을 둘러싸고 교통과 이모(30) 순경과 의경 8명을 무리에서 끌어내 폭행했다. 당시 길 건너편에서 이를 주시하던 최 정보과장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최 과장은 "시위대 10여명이 내가 들고 있는 무전기를 보더니 '경찰이다. 죽여라'라며 도로를 건너와 달려들었다"며 "마치 폭도와도 같아 순간적으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무전기 5대를 시위대에 빼앗겼다가 1대는 행인의 신고로 회수했다. 폭행 당한 경찰관들은 서울대병원과 경찰병원 등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시위대 200여명은 이어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로 이동해 밤 11시께 영등포구 당산동 유통상가 앞 도로에서 재집결해 행진하다 경찰에 강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도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강모(42) 경사가 코뼈가 부러지고, 김모(25) 순경은 눈과 이마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김 순경이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나오는 시위대의 이동 경로를 보고하던 중 무전기를 보고 달려든 10여명한테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8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시위대는 앞서 오후 8시 45분께 서울역에서도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 3명을 둘러싸고 10여분간 폭행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수사전담반을 긴급 편성해 경찰 폭행 관련자 검거에 나섰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강 경사가 입원한 경찰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근무중인 경관을 납치, 폭행하고 지갑을 강취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을 검거해 엄정히 사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측 관계자는 "이날 폭력은 일부 참가자들이 보인 돌발행동"이라며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지만, 신용카드를 결제한 사람을 촛불 시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