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각장애인의 안마독점에 대한 합헌결정이후 안마독점 문제에 대해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 시각장애인 마사지사 등 관련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기독교사회책임>은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왔으며 안마독점에 대한 합헌결정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왔다. 또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非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이 협력해야 함을 역설하고 양측이 相生하는 길을 찾아야 함을 강조해 왔다.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사회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반면에 백만 명으로까지 추정되는 非시각장애인(正眼人) 마사지사의 생존권도 박탈해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과 정안(正眼)인이 얼마든지 상생할 수 있다. 이에 본 <기독교사회책임>은 지난 27차 포럼(08.11.26)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의 相生을 위한 세미나>에 이어 29차 포럼으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생계대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전국안마사연대>와 함께 공동 개최했다.

사 회 /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인사말 / 송기환 대표(전국안마사연대)

발 제 /

? 시각장애인 안마업 무엇이 문제인가?

나은성 정책실장(전국안마사연대)

? 안마업에 대한 종교단체의 책임과 역할

강명구 사무총장 (한국종교청년연합회)

? 안마업소에서 이루어지는 퇴폐 영업의 문제

김도경 부회장(한국사회정화시민연대)

토론자

양재용 (전 강남대 체육대학장)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

자유토론의 시간

 

발제문1.

시각장애인 안마업 무엇이 문제인가?

-나은성 정책실장(전국안마사연대)-

 

안마업은 근 한 세기 동안 시각장애인들의 유보직으로서 독점권을 보장받아 왔습니다. 이 안마업이 비시각장애인들의 전방위적인 시장 점유로 인해 극도로 위축되고 안마시술소의 95%가 비시각장애인 자본에 잠식되어 극심한 성매매업으로 변질, 의료업으로서의 본래 의의가 상실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부미용사자격제도의 전격 시행으로 안마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 안마시술소는 도산하고 안마사들은 실직하여 시각장애인의 안마업은 고사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는 커녕 동안의 실책을 은폐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안마업이 모든 국민에게 성매매의 온상으로 각인되도록 방치하고 급기야는 시각장애인의 터전인 안마시술소에서조차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비시각장애 업주들의 고의적인 미고용과 부당 해고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2008. 10. 30 헌재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호한다는 미명으로 합헌을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하루 전날 2008. 10. 29 우리나라와 같이 시각장애인 안마독점권을 유지하던 대만에서는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취지는 시각장애인 안마업의 독점이 더 이상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다른 직역에로의 진출을 차단하고, 다른 장애를 지닌 비시각장애인의 안마업 진입을 제한하여 노동권을 침행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안마사협회만의 주장을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안마시술소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안마시장은 형식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의 독점권을 보장하면서도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무방비하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안마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모색하지 않는다면 시각장애 안마사들의 생계대책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특히 종교계가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문제에 대하여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 안마업을 빙자한 성매매업의 극성에 대한 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고 그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이 시대에 빛과 소금의 역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바 종교단체, 국회의원, NGO 사회·시민단체, 대학교수, 언론인, 법조인들을 모시고 자리를 마련하였으니 깊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발제문2.

안마업에 대한 종교계의 책임과 역할

-강명구 사무총장 (한국종교청년연합회)-

 

2008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종교계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입장을 지지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사회적 약자이며 안마업권이 무너지면 이들의 생존권도 같이 무너지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종교계는 중요한 진실을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생존권 사수라는 포장에 감춰진 안마시술소의 진실이라는 내막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입니다. 즉,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시술소 자본의 ‘바지사장’ 역할에 지나지 않으며 안마시술소가 시각장애인들을 이용해 성매매업소로 거듭나게 된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명분을 지키려다 성매매 업소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진실을 뒤늦게 깨달은 앞으로 종교계는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을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저희 종교계는 다음의 사항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첫째,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진정한 생존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하겠습니다.

둘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진정한 직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셋째, 시각장애인과 일반인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제문3.

안마업소에서 이루어지는 퇴폐 영업의 문제

-김도경 부회장(한국사회정화시민연대)-

 

막연하게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생존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엔 정부가 성매매에 너무 너그러운 것은 아닐까요? 이는 정부가 범국가적으로 외치는 성매매 근절과도 반대되는 상황입니다.

 

이대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퇴폐 영업의 돈벌이를 위한 바람막이로 이용된다면 차라리 정부는 시각장애인에게 안마가 아닌 다른 일자리를 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마가 퇴폐로 인해 수익이 발생된다는 것입니다.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서 건전안마는 죽어가고 있으며 퇴폐 안마는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안마뿐 아니라 일반인 마사지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대로 둔다면 한국에서 건전안마나 건전마사지가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종교계는 정부가 지금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둘째, 시각장애인 안마사 스스로 퇴폐를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시민단체들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셋째, 시각장애인들이 어둠 속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넷째,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형식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도록 각계의 지도자들이 참여하여 그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건 시각장애인 안마사 자신입니다. 안마사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해결을 위하여 나서야만 합니다.

 

 

토론문1.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돈과 바꾼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현실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

 

본인이 몸담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에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단체와 일반인 마사지사단체가 둘 다 회원단체로 가맹되어 있고, 두 단체가 대립하게 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본 단체의 간부로서 두 단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지 못한 점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이 자리를 빌어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현재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수십만 종의 직업이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면에 많은 직업 중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매매업종입니다. 국가는 성매매를 근절하겠다고 각종 언론을 통해 공표하였고 이를 실현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성매매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이들의 직업적 자긍심을 망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에게 안마라는 것은 유일하게 직업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선이라는 데서 이들에게는 안마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성매매업소가 성행할 수 있는 수단과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다니...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던 현실에 관심을 가진 이가 누가 있습니까? 그냥 막연하게 이들의 생존권은 법률로 지켜주면 된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명분논리로 인해 이들은 성매매업소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잘못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그들이 이러한 처지에 처하도록 방치한 것은 누구 한명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라도 이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어엿한 직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희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