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를 용서합니다.” 윤동윤씨의 아름다운 용서, 미국 울려 
 
 ▲ 기자회견을 하는 윤동윤씨(사진은 연합신문 최재석 기자가 담은 것임)
하나님이 아내와 딸, 장모님을 데려간 것으로 생각한다.


“아내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아내 덕에 교회를 다니게 됐다. 하나님이 아내와 딸, 장모님을 데려간 것으로 생각한다. 아내가 원하는 것이 뭔가를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샌 디에이고의 연합뉴스 최재석 기자와 만난 윤동윤씨는 그렇게 말했다.

지난 8일 미군용 전투기 한 대가 샌디애이고의 외곽 주택가에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이민생활을 하던 윤동윤 씨(37)는 하루아침에 일가족을 잃어버리는 참담한 현실 앞에 섰다. 그리고 평소 윤씨 가족이 다닌 샌디애고한인연합감리교회(신영각 목사) 역시 깊은 슬픔에 빠졌다.

미군전투공격기 F/A-18 호넷은 엔진 결함으로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외곽 주택가에 추락 윤씨 집을 덮쳤고, 이 사고로 윤씨의 아내 영미(36세)씨와 생후 15개월, 2개월 된 두 딸 ‘하은’(하나님의 은혜), ‘하영’(하나님의 영광), 그리고 산후 조리를 위해 딸의 집에 와있던 장모 김숙임(60세)씨 등 일가족이 모두 생명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출근을 했던 남편 윤동윤씨는 화를 면했지만 소식을 전해 듣고는 슬픔을 이기지 못할 만큼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통해 가진 신앙심으로 이를 극복하며 9일 기자들과의 회견장에서 "조종사가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 "그는 미국의 보물이며 그를 탓하지 않고 그에 대해 격한 감정도 없다. 그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연합신문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인터뷰는 미국의 주요 언론을 통해 그리고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전파되었고 미국의 시민들은 그의 진정한 용서와 신앙심에 감탄하면서 그를 돕고 위로하겠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샌디에이고에서 전하는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씨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 측에 이날까지 1천여 명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윤 씨를 재정적으로 돕거나 위로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한다.

▲ 추모예배에 참석한 미군 당국자들(사진은 연합신문 최재석 기자가 담은 것임)

또한 윤동윤씨 가족을 추모하는 예배가 10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각) 미 샌디에이고 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신영각) 예배당에서 엄수되었는데 이날 예배에는 200여 명이 참석했고, 또 다른 300여 명은 교회 밖이나 인접 교회에 운집했다고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윤씨는 형제 및 친구들과 함께 예배당 앞 열을 지켰고, 세상을 떠난 윤 씨 가족과 지역사회, 교회, 추락 전투기 조종사를 위해 네 차례 기도가 진행됐는데 이날 한국에서 도착한 윤 씨의 장인과 처가 식구들도 사고현장을 둘러본 후 예배에 참석했고, 부인 이영미 씨가 2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병원 관계자들도 함께했고 사고 전투기가 소속된 미라마 해병기지사령관인 크리스토퍼 오코너 대령과 미 서부지역 해병기지를 총괄하는 마이클 레너트 소장 등 미군들도 예배에 참석했다고 전한다.

다음은 연합신문이 전하는 윤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기자회견을 하면서 북바치는 설움에 겨워하는 윤동윤씨(사진은 연합신문 최재석 기자가 담은 것임)

어떻게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됐나.

▲당일 12시께 집 바로 옆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해줬다. 비행기가 저희 집에 떨어졌다고 했다. 그 말을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했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집이 불타고 있고 아무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사고 직전 부인과 통화했다던데.

▲사고 당일 아침 8시 30분께 집에서 나왔는데 그 때 가족들이 마중한 게 마지막 상면이었다. 친구한테 집에 비행기가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고로 숨진 가족에 대해 좀 말해달라.

▲하나님의 축복으로 4년 전에 아내와 만나 결혼했다. 아주 사랑스런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항상 나와 애들을 사랑했다. 지금 너무나 보고싶다.

15개월 된 큰 딸 그레이스와 지난 10월 17일 태어난 둘째 레이첼이 있다. 장모님은 아기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와서 힘든 일을 하셨다. 아이들을 사랑하셨고 힘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내일 장인이 한국에서 오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용서를 구할 것이다.

교회나 커뮤니티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다던데.

▲목사님과 신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경찰청과 소방청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해서 위로해줬다.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아무 말도 못하겠다.

멀리 간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내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아내 덕에 교회를 다니게 됐다. 하나님이 아내와 딸, 장모님을 데려간 것으로 생각한다. 아내가 원하는 것이 뭔가를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가족들을 기억말 한 것이 있는가.

▲거의 모든 것이 집에 있어서 모두 없어졌다. 제 카메라에 있던 몇 장의 사진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