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결국파행인가? 임시총회 결국 좌초
               정관 개정 취소하는 대신 회원 교단 행정 보류 선택 
 


                    ▲ 한기총은 1122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임시총회와 정관 개정을 취소했다.

 교계 안팎으로부터 파행과 불법 논란에 휩싸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목사)1124일로 예정된 임시총회를 포기했다. 임시총회 포기는 지난 18일 예성 총무 최귀수 목사 외 1명이 제기한 '임시총회 개최 중지 가처분'이 발단이 됐다.

임시총회 개최 중지 가처분은 지난 21일 법원의 1차 심리에서 한기총 측이 "24일 임시총회를 하지 않겠다"고 재판부에 답변하는 것으로 일단 각하됐다. 이번 가처분이 한기총 측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한기총은 1122일 긴급 임원회를 소집, 임시총회를 취소하고 정관 개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임시총회를 통해 총대들이 한자리에 모일 경우, 오히려 반대 여론만 모여 한기총의 현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기총은 정관 개정을 반대한 교단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예장대신이 한기총으로부터 '행정 보류'에 대한 문건을 받았다. 예성, 예장고신·합신·개혁(황인찬 측) 등도 행정 보류 대상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기총은 22일 임원회에서 수습위원회(이용규, 엄신형, 김경학 목사)를 구성해 행정 보류 건을 위임했다.

임시총회는 정관 개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지난 1028일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된 선거 관리 규정과 운영 세칙에 대한 보고를 하고, 총대들이 개정 정관을 승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정관은 크게 대표회장 2년 단임제 공동회장과 부회장 각 10명씩 상향 조정 상임위원회 신설 등을 담고 있다. 정관을 개정하면 임원에서 20, 상임위원회에서 20~30명까지 당연직 총대를 50명 이상 늘릴 수 있다. 차기 대표회장을 노리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임원회를 꾸리면 50표를 확보할 기회를 얻는 셈이다.

그러나 한기총은 최근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임시총회 개최 중지 가처분까지 제기되자 무리하게 정관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관 개정 없이 선거 관리 규정과 운영 세칙 개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한기총은 대표회장 2년제는 일단 선거에서 이긴 후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직 증원 대신 회원 교단 행정 보류 택해

당연직을 늘리는 대신 한기총이 선택한 것은 회원권 보류다. 이는 일부 교단의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제한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기총이 일부 교단에 보낸 공문은 "22일까지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정관 제7조 및 운영 세칙 제34항에 의거 귀 교단을 행정 보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 보류 통보문을 받은 예장대신은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김요셉 목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기총은 "9개 교단은 성명서에서 한기총을 음해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며,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으로 본 연합회에 충격을 주었다. 지난 18일 임원회에서 모든 임원은 이에 분노를 느껴 사과하지 않으면 (해당 교단을) 행정 보류하겠다는 결의를 내렸다"고 행정 보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한기총이 회원 보류나 제명 등 회원 자격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는 한기총 정관에 명시된 사항으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회원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이다.

한기총은 정관 제7조에서 '회원의 의무'정관과 운영 세칙 및 제반 규정 준수 총회, 실행위원회, 임원 회의 결의 사항 이행 및 준수 회비 및 제반 부담금의 납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시행 세칙 제3'회원권 제한과 제명과 탈퇴'에서 한기총은 이 7조를 이행하지 않거나, 명예를 훼손하면 회원권을 제한 또는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실행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시행하고, 총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적어도 실행위원회를 거쳐야 회원권이 제한될 수 있고, 총회를 통해서만 확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실행위원회나 총회 없이 회원권을 유보하는 것은 불법으로 한기총은 임원회를 통해 이를 통보하거나 회의에서 배제할 권한이 없다.

재정 유용 의혹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

임시총회를 포기한 또 하나의 배경으로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한기총의 재정 문제다. 9개 교단은 지난 9일 모임에서 한기총의 재정 사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막대한 예산 집행의 출처 공개를 요구했다.

현재 겉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한기총의 재정 불법 사용에 대한 의혹은 이미 교계 안에 파다하다. 아이티 구호 헌금을 사용한 것과 회관 건립을 위한 목적 기금 7억 원에도 손을 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한다.

회관 건립 기금을 헌금한 엄신형 전 대표회장은 "나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7억 원에 손을 댔다는 말을 들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배임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 목사는 "통장을 본 적이 없으니 내가 먼저 나서서 재정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홍재철 목사, 공동회장 자격 없이 권한 행사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홍재철 목사가 있다. 한기총 한 임원은 "이 모든 것이 홍재철 목사의 의지대로 진행되고 있다",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이지만 임원회에서 주도권을 홍 목사가 쥐고 있고, 모든 업무 지시도 홍 목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홍재철 목사는 한기총 공동회장 자격이 없어 법적으로 한기총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 한기총은 정관 개정 전 공동회장의 자격을 '교단장 및 단체장'으로 명시했고, 개정 후에도 '교단장 및 단체장 혹은 역임자'로 제한했다. 홍재철 목사는 북한옥수수심기운동본부 회원 단체 대표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 단체는 한기총에서 승인되지 않았다. 회원 가입은 총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체는 한기총의 공식 회원이 아니며, 단체장인 홍재철 목사 역시 공동회장 자격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재철 목사는 길자연 목사 복귀 후부터 지금까지 공동회장이라는 이름으로 임원회에 참석하고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한기총에 대한 교단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예장고신 정근두 총회장은 "한기총이 위협적인 팩스를 보내 교단을 우습게 보는 행위를 일삼은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행위이며, 본래의 연합 정신을 회복하지 않으면 더는 함께 일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예장통합 역시 "한기총의 성명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이단과 재정 의혹의 해소, 정관과 선거 규정 등의 원상회복만이 한기총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했다. 심지어 한기총 정상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교단은 예장통합·백석·대신·고신·합신·개혁, 예성, 기하성 서대문, 기하성 여의도 등 9개에서 기성을 포함해 총 10개 교단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