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당선작품<시 부문 대상>

                                                                                 바람의 이름은, 디아스포라
                                                                 최 영옥

이부자리도 없이
돌베개를 베고 잠들다 

나를 찾아 길 떠나는 기나긴 여로
네가 어느 날 부턴가 위태로운
발돋움을 시작했을 때
작두 날 위에서 춤을 추며
천도 제를 올리는 신녀의 모습이었지
이승의 나로부터 멀리 떠나보내는 살풀이 춤

거기서
, 바람은 바람끼리
 
가슴 문지르며 밤 지새고광야,
그 죽음의 자리가바람은 새 역사를
잉태하는
출생의 태자리라 했지

밤새도록 울부짖는 들짐승소리
멀리서 말 달리는 징기스-칸 후예들
그 들이 산다는 것은
언제나 버리고 길 떠나기

몸은, 항상 여기 머물면서도
마음은 저기를 꿈꾸지
그래서 바람은 짐도 몸도 가볍다

내 친구, 바람의 이름은
디아스포라



귀향길에
최 영옥

떠나온 길 언제였던가
꽃빛 무성했던 봄날
봄볕에 오래오래
흰 가루 말리는 모래알처럼
두고 온 아픈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아스라한 내 꿈의 끝동
서편제의 남도 땅에
아직도 전할 얘기 남았는가
남풍이 분다

묻어둔 사랑의 역사책인가
얼룩진 눈시울이 붉다

뱃고동 소리안고 만선되어 돌아올 꿈
부두에 풀어 놓은
펄떡이는 싱그런 노동
하루쯤 흔들려도 된다

거나하게 잔 비우며
도심에 두고 온 메마른 시름
오늘은 잊어도 된다

귀에 익은 남도 사투리로
헤프게 웃어도 된다

모처럼 무거운 짐 벗고
나되어 홀로인 날

< 당선소감 >
 
디아스포라, 한 송이 민들레
신인 당선작품(시 부문 대상)
작품: 바람의 이름은, 디아스포라 1

최영옥 교수.jpg   시인
, 목사: 최 영옥 
* 1966, 6, 17일생
* 건국대학교 문예창작아카데미 수료
* 건국대학교 해외선교사아카데미 수료
* 연락처 : 010-8938-3010

 혼비백산 모래바람에 쓸려 디아스포라 되어 멀리 떠나온 것은, 세상 한 바퀴 허겁지겁 에둘러 도망치는 게 아니라,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지상에서, 아득히 멀어져 갈수록 목매이게 당신 이름 부르며 하늘로, 하늘로 높이 떠오릅니다. 달랑 꽃씨 하나 매달고 지도에도 없는 땅 물어물어 떠나는 길, 거기, 당신 모습 아니 보여도 가슴 깊이 이름으로,

 항상 내 곁에 살아계시는 당신 끝내는
, 이 세상 유혼流魂처럼 땅 끝까지 몇 바퀴 떠돌다 지친 골짜기 거기누어 당신발치 양지쯤에서 한 천년 잠들었다가 파릇한 어느 봄날 아침 살포시 미소 지으며 노란 민들레 한 송이 눈뜨게 되올지,,,

 내가 가장 아프고 힘들 때 수년 동안을 문학과 신학을 통해 나아갈 길을 열어 보여주신 박영남 교수님과 지저스타임즈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올리며
,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나의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19월 한가위 무렵, 최 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