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상한 문화재 관리법

 유럽 여러 나라들에게서 부러운 것이 있다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철저하게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뿐 아니라 즐기는 문화로 까지 만들고 있다. 때로는 자신들에게 불이익과 불편함이 있어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역사와 문화재인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전쟁까지도 포기하면서 그것을 지키려고 했다. 돌아보면 그렇게 지켜온 역사와 문화유산은 지금 그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유럽을 찾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만나보기 위해서다.

 한데 선진국을 따라가겠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의 현실은 문화재 자체가 열등하다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보존의 상태,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개인적이든 국가적인 차원에서든···.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법은 이상하다. 그 중에도 매장문화재에 관한 법률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땅주인이 집을 짓기 위해서 터를 파다가 매장문화재가 나왔을 경우 땅주인은 공사를 계속할 수 없다. 일단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다음으로 문화재청이 그 발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다 현행 매장문화재법 11조는 땅을 파다가 문화재가 발견되면 유물발굴과 보존, 관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건축주가 부담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문화재청은 보존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사적지로 지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그 후 관리비도 모두 발굴자 즉 땅주인이나 건축주가 부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누가 자기 땅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는 것을 기뻐하겠는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혹 공사를 하다가 문화재가 발견되면 이것을 신고하고 절차에 따라서 처리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하고 묻어버리고 공사를 계속할 것인가?

건축주의 입장이나 사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것에 대한 보상이나 최소한의 발굴비용이나 건축지연으로 인한 손해, 그리고 보존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 등 모든 비용을 땅주인이나 건축주가 부담해야 한다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그렇다고 발굴된 문화재는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모든 비용을 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서 발생되는 불이익에 대한 보상도 없다면 누가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대규모 신도시개발을 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넓은 지역을 도시로 개발하면서 얼마나 철저하게 개발지에 대한 문화재 조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발일정과 시한 때문에 대충하고 지나지 않았을까. 개발에 따른 이익과 그것을 통한 발전이 우선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화재들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발굴지를 어떻게 보존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혹이라도 그런 일이 없었어야 하겠지만 대규모 개발지역에 어떤 문화재가 발견되었다고 할지라도 과연 어느 기업이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서 공기(工期)를 늦추면서, 그리고 발굴과 보존비용을 투자해가면서 그렇게 하겠는가를 묻는다면 묻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닐까.

경제성장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국민적 정서가 문화재에 대한 중요성이나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더욱 국가가 앞장서서 이를 계몽하고 문화재 보존을 통해서 국민의 생활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지를 제시하고 선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간과한 부분이 이러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여전히 남의 일로 생각하거나 무관심한다면 몰랐기 때문에 겨우 남겨진 부장문화재들마저 어떻게 훼손되고 사라지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전문위원)에 기독교 문화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전통문화재를 중심으로 해오다보니 불교 유교 무속에 전문인들이다.

비중에 있어서 그렇다고 감안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근대문화재를 지정하고 보존 관리함에 있어서 기독교 문화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아쉬운 대로 기독교 전문위원이 선정되어서 기독교 역사와 남겨진 문화유산의 가치를 바르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 이런데도 정작 기독교에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모이면 00()이라는 자리에 대해서는 이전투구 하듯 하면서 정말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관심은 물론이고 이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아프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서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도 말을 한 적이 있지만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후 어떤 소식도 전해지지 않는다. 이마저도 아직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아픔을 달래려니 무책임이라는 압박감이 나를 괴롭게 한다.

이제는 기독교도 이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그 때가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물을 수 없다. 이제는 그리스도인의 시야도 넓어져야 할 것이련만···.

                                                                                                                     이종전 목사 (인천 만수남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