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봄, 악제惡祭를 축제祝祭로 바꾸어 살자

 
  지난 한해와 지겹도록 을씨년스럽던 겨울삼동이 다 지나가고 있다
. 2010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투성이의 아픈 한해였다. 천안함, 연평도 피격사건, 축산 농가를 무너뜨린 구제역, 백년만의 추운 겨울, 백년만의 폭설 등, 악제로 범벅이 된 1 년이었다. 그러나 어둠은 물러가고 얍복 나루의 새아침, 새봄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은 우리들의 아픈 가슴팍에 나이테 하나를 더 새겨놓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성장과 성숙을 거듭하며 살아간다. 외형의 겉모습이 자라는 것을 성장이라 하고, 속으로 정신과 영혼의 뿌리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성숙이라 한다. 개인이나 민족이나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인류역사는 만들어진다.

 벌써 입춘 우수가 지나 새봄이 다가오고 있다. 새봄엔 혹한 속에 살아남은 것들이, 악제를 축제로 바꾸어 일어서는 계절이다. 에스겔 골짜기에 마른 뼈들이 살아서 일어서는 계절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향해 물으신다.‘이 뼈들이 능히 살겠느냐’‘주께서 하시면 능히 하실 수 있나이다.’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난, 악제惡祭를 축제祝祭로 바꾸어 살도록 하시기 위해 이 땅위에 오셨다. 절망 속에서도 꿈을 구게 하신다.

 가나 혼인잔치 집엔 포도주가 도중에 바닥나 버렸다. 가정의 축제가 악제가 되어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광야 빈들에는 민족적인 축제, 유월절에 굶주린 백성, 2만 여명이 종일 굶고 앉아있다. 개인의 축제 결혼 잔치 집은 포도주가 없고, 민족의 축제 유월절 빈들에는 떡이 없어 축제가 악제가 되어버릴 위기인 것이다. 예수님은 빈항아리 6개에 샘물로 가득 채우라. 그리고,“떠서 갖다 주라고 말씀하신다. 손님들이 맛을 보고, 먼저 것보다 더욱 맛이 좋다고 감탄한다.
 
 
맹물이 포도주가 된 것은 물리적 변화가 아닌 화학적 변화,‘외형, 현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본질이 바뀐 것이다. 무의미, 맛없고, 재미없고, 살맛 안 나는 것이 예수님 때문에, 기쁘고 살맛나는 삶이 된 것이다. 민족의 대 명절, 유월절축제에 먹을 것도 없이 굶고 빈들, 광야에 따라 나온 가난한 군중들에겐 떡이 없다. 빵 한 개 씩을 조금씩 간식으로 먹어도, 200 데나리온의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도 사먹을 가게도 없는 빈들이다.
 
 
이때 제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우리가 가진 건 물고기 두 마리, 보리떡 다섯 개 뿐이라고 예수님께 보고한다. 가져오라. 그리고 줄지어 앉게 하라. 가로, 세로 세어보니 장정만 5,000아녀자, 노인들까지 2만 여명, 물고기 두 마리, 보리떡 다섯 개를 예수님 손에 얹고 축사하신 후 나누어 실컷 먹게 하라. 배불리 먹고 거두니 12광주리가 차고 넘쳤다. 떡은 배고픈 자들의 양식, 필요조건이요, 포도주는 기쁨과 즐거움, 살맛나게 하는 충분조건이다. 다시 말해서 젖과 꿀이다.

 2011년에도 세계의 정치 경제적인 환경을 볼 때 순탄치 않을 것이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잘하는 정치가 무엇인가. 경제문제, 백성이 떡만 먹어서, 필요조건만 있어 사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살맛나는 세상, 꿀과 포도주, 충분조건이 구비되어야 산다. 2011, 풍요와 평화의 상징인 토끼의 해, 신묘 년, 금년 한해가 모든 악제惡祭를 청산하고 주님과 함께 축제祝祭가 넘치는 새봄을 맞이하길 축원하는 바이다. 예수님 없는 잔치 집은 초상집이고, 예수님 없는 빈들은 사막이다. 그리스도가 주체가 되고 주인이 되실 때만 가능하다. 절과 꿀이 넘치는 축제의 한해가 되길 빈다.


                                                          사설 박영남 박사(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