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기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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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기총과 관련한 말들은 낯이 뜨겁고 마음을 무겁게만 한다. “돈기총이라는 비아냥은 물론이고 급기야는 한국교회 안에서조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기독교 세력에 의한 요구가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 나왔다는데 심각성과 충격을 더한다. 더욱이 한기총의 해체를 요구하는 소리는 어떤 상황에 대한 돌발적 발언이 아니라는 데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한기총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한기총의 정체성과 함께 그 위상은 어떤 것인가. 사실 어떤 것 하나 딱히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그들만의 한기총이 아닌지를 묻고 싶다. 그럼에도 형식적인 면에서는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 어떻든 공인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한기총를 구성하고 있는 교단이나 단체들은 그러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기총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데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처음부터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정치기구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정체성의 모호함을 동반하게 했다.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는 교단이나 단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한기총이라는 우산을 필요로 해서 모여든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각각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만든 단체인 셈이다. 그 결과 신학사상이나 교회적 전통과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고 다만 자신들의 목적과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으로 모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회원교단과 단체들에 대한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기총이라는 우산이 필요한 교회와 단체들이 모여서 각각의 필요를 충족시키기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그들은 한기총이라는 우산을 필요로 할까.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한기총의 집행부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나 명예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사실상 그들만의 한기총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회원 교단과 단체들에 대한 통제권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든 한기총을 해체하라는 요구에 대해서 한기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런 생각이 없거나 그 요구에 대해서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인지. 해체하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기총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은 왜인가.

 그렇다고 해체만이 능사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한국교회가 직면한 과제이다. 한국교회는 NCCK와 한기총이라는 두 단체로 모여있는데 한기총을 해체한다면 당장 한국기독교를 대변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구심점이 없어진다고 교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나마 구심점을 형성해서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그마저 없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뜩이나 역할에 비해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도 많은데 그마저 없어진다면 대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게 될지 모른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기총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현실을 극복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데 들려오는 소식은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현실을 무마해서 유지하겠다는 모양새인 것 같다. 반전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밖에서 보는 눈높이와 안에서 보는 눈높이가 다른 까닭인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 전환점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 성 싶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덮어서 무마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것이 한기총이라는 기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당장은 득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다음은 어쩌란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최소한 진정성을 가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아서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만큼 현 집행부가 새롭게 거듭난다는 것은 어렵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진정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변화는 스스로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즉 이미 엎질러진 물을 퍼 담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모습을 만들도록 하라는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내려놓는 것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고 한국교회를 위한 진정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결자해지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은 착각이다. 결국은 자기 방어적, 아니면 합리화를 위한 수순밖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기총은 더 이상 한국교회를 대변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