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문회가 남긴 것은 허탈감 뿐

이번 주간에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단연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사청문회다. 청문회가 있을 때 마다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실망감은 깊은 상처를 만들곤 했다. 이번 청문회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처음부터 기대 반 체념 반이었지만 결국 국민들의 마음은 뭉개지고 말았다. 청백리를 기대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뭔가 신선한 느낌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청문회를 통해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걷잡을 수 없게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문회 대상인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은 이 시대의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위장전입, 편법 탈세, 게다가 위장 취업과 관용차를 개인적인 일이나 부인이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니 말이다.

  이번 청문회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중병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편법과 필요에 따른 소소한 탈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능력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서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위장전출입, 부동산투기, 편법적인 탈세’를 얼마나 기술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기득권을 확보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결코 경제적인 부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청문회는 후보자들이 지도자로서 업무에 대한 능력과 자질이 준비되었는지, 그리고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인품과 모범된 삶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고민이 생기는 것이 필자와 국민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청문회에서 문제들이 제시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리는 것은 불법과 편법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행했고, 그러한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서 크게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국민들이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무능력이라는 결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지 못하고 공직자로서 행해온 모습,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지만 공인으로서, 나아가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는 합당하지 않는 자녀의 국적문제와 관련한 발언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서도 부양가족으로 등재하여 세금감면을 받은 일들,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고, 능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직도 징세과정에 있어서 전산망이 효율적으로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개인의 소양의 문제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누가 완전할 수 있겠는가? 100퍼센트 완전해서 장관이 되고 재상이 되어야 한다면 아마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최소한 한 나라의 장관이고 재상이기 위해서는 의식(意識)이 바르게 준비되어있는가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싶다. 어떤 사실에 대한 의식이 국민의 정서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서 변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 부아가 나는 것은 그 대답이 국민의 상식과 정서와는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같은 사안이라도 과거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의식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한 의식은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확인이 어렵다. 할 수 없이 일부 인정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후보자로서 사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더 아픈 것은 쪽방투기라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전형적인 악덕 부동산투기를 한 장 본인이 장관후보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부동산왕국인 것은 자타가 인정한다. 그래도 그렇지 쪽방이란 곳이 어떤 곳인가. 그리고 그곳이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어쩌면 조폭도 하지 않을 일일지 모른다.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마지막 찾아든 곳이 쪽방인데, 그곳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다만 후보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다 원하지 않는 청문회 때문에 드러났을 뿐이지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과오가 없을까. 부동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한 번 안 쓰고 등기한 사람 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등기하는 과정에서 법무사나 은행이 알아서 조절해 주었다. 법이 개정되면서 그나마 다운계약서를 쓰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니까 근절되었지만 그 전에는 다운계약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준과 법질서를 존중하려는 의식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청문회를 보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기에 굳이 변명을 하자면 성장의 속도가 빠르다보니 내적인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질서, 준법정신이 준비되어야만 할 것이나 경제와 교육에 대한 열정은 일등이지만, 그 수준에 걸 맞는 의식수준의 성장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것 까지 생략하고 오직 성장을 향해 달려온 우리의 모습에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조차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변명만 하고 있어야 하겠는가.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백성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선 모습이다. 결코 완전한 것을 보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딱 한 걸음 앞서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마저 모른 척하거나 감당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자원해서 직분을 고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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