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서의 인간적 사랑에 먼저 주목해야"…"은유적 해석이 우선"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녀와 결혼한 부부를 위한 탁월한 성생활 지침서.' '성경을 섹스 경으로 오도한 이단 서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나 되는 기쁨>(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2005년)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저자와 이 책을 비판하는 이들은 기자 회견을 번갈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 <하나 되는 기쁨> 둘러싼 '뜨거운' 논란) 과연 <하나 되는 기쁨>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런 논란이 생겼을까.

                    아가서를 영적 의미로만 해석하는 것은 잘못

 <하나 되는 기쁨>은 모두 8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서론으로 몇몇 부부의 실제 사연을 소개하면서 부부 간의 성이 어떻게 깨어지고 왜곡되는지를 살핀다. 2장은 첫날밤에 있음직한 일을 극화시켜서 설명한다. 3장·4장은 남녀의 기질적, 성적 생리와 신체적 구조의 차이를 설명한다. 5장·6장은 남녀의 차이를 근거로 부부 간의 섹스를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7장은 결혼과 사랑에 관련된 몇 가지 잘못된 개념을 설명한다. 8장은 후기다.

'최희열'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양승훈 교수(캐나다밴쿠버세계관대학원대학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거룩함, 순결, 경건, 신앙, 예배, 제자 훈련 등은 성교, 전희, 체위, 오르가슴, 로맨스, 성적 만족 등과 어울리지 않는 말들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No!'라고 답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중략)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순응하는 모든 부부들은 늘 첫날밤, 첫 경험과 같은 흥분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기쁨은 성을 만든 창조주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 명령에 순종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신 커다란 선물이요, 축복이기 때문이다." (8쪽)

<하나 되는 기쁨>은 성경 전체에서 부부 간의 성 지식을 끌어 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가서를 비중 있게 다룬다.

"아가서는 기원전 10세기에 살았던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 간의 사랑 노래이다. (중략) 아가서는 삼천 년 전, 팔레스타인의 한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창조주의 사랑,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 나아가 인간에 대한 창조주의 사랑을 전달하려는 책이다. 즉 '인간의 사랑'(carnal love)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divine love)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359, 360쪽)

양 교수는 아가서를 해석할 때 '인간의 사랑'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가서가 남녀의 육제척인 결합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출간된 주석과 설교가 이 부분을 소홀히 여겼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석들이 실제적으로 범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성경 해석의 오류였다. 성경 해석의 첫째 원리는 본문의 표면적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인데 아가서의 표면적인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영적인 의미에만 치중하다 보니 엉뚱한 해석을 하는 것이다. (중략) 사랑에 빠진 남녀가 서로의 육체를 찬미하며 그리워하는 것을 '인간의 사랑'에 대한 언급 없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비약하여 해석하면 영지주의적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엉뚱한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아가서의 표면적인 뜻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다음에 그것의 영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11쪽)

 
    ▲ 평신도 연합 단체들이 지난 3월 12일에 책 내용을 비판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예수는 부부의 성행위에 대해 말한 적 없다
 하지만 <하나 되는 기쁨>을 비판하는 이들은 지난 3월 12일에 열린 세미나에서 저자의 이런 해석 방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최인기 박사(서울장신대 구약학)는 "전통적으로 아가서는 희곡, 사랑 노래, 또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약속의 완성에 대한 예표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해석은 은유적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이다"고 주장했다.

최 박사는 아가서 7장 12절 '우리가 일찍이 일어나서 포도원으로 가서 포도 움이 돋았는지, 꽃술이 퍼졌는지, 석류꽃이 피었는지 보자. 거기서 내가 나의 사랑을 네게 주리라'에 대한 해석을 예로 들었다. <하나 되는 기쁨>은 이 구절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구절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솔로몬은 여인의 생식기를 포도원에 비유하며 그곳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중략) 또한 이 구절은 말 그대로 야외 정사를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72, 273쪽)

이에 대해 최 박사는 "이것은 단순히 여인이 남자를 데이트 장소로 초청하는 것이지 야외 정사에 대한 어떤 암시도 없다"고 했다.

이광호 박사(조에신학연구원 원장)는 "모든 성경 해석은 하나님 자신과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인간의 욕망을 염두에 둔 성경 해석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가서의 계시를 통해 하나님 자신과 사랑하는 교회의 관계를 보여 주고자 했다. 아가서의 교훈은 '하나님과 그의 자녀들의 관계가 부부 사이와 같이 긴밀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부부 간의 성적인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독특한 테크닉으로 성관계를 가지라'고 설명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비판자들은 성경을 가지고 성을 담론화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 최인기 박사는 "성경은 간음, 수간 등을 철저히 금지하면서도 부부의 성을 소중하게 여긴다"며, "성(sexuality)은 인정하지만 성행위(sex) 자체를 담론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구약은 물론이고 복음서에서 예수가 부부 간의 성행위에 대해서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서신서에도 부부의 성(sexuality)을 소중하고 거룩하게 지켜야 함을 강조했지만 성행위 자체에 대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 박사는 그런 점에서 <하나 되는 기쁨>이 가정 사역이라는 목적을 위해 쓰였다 하더라도 성행위를 공개적으로 담론화하거나 성적인 기술(skill)에 치우친 노골적인 묘사로 일관한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그는 "마치 거룩한 그리스도인의 가정이 성적인 기술을 사용한 부부의 성행위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함으로써 부부의 성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승훈 교수는 <하나 되는 기쁨>을 부부의 성적 친밀감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부부의 성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했다. 그리고 아가서를 남녀 간의 성관계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복음주의 주류 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삶이나 경건 생활에서 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성에 대해 성경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며, "성경에서 부부의 성 생활에 대한 교훈을 얻는 것을 문제 삼거나 성경과 성을 연관 짓는 것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양 교수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독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려던 원래의 논지는 빼고 일부 자극적인 내용만을 추려 내어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나 되는 기쁨> 저자 양승훈 교수와 인터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