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교회가‘요람’을 가지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교회에 대한 소개와 성도들의 주소록이다. 대외적으로 교회를 알리고 대내적으로 성도들 간의 연락처를 공개하여 주일 이후 교제를 더욱 활발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목회자의 목회철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요람을 단순한 교회 홍보 이상으로 잘 활용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장로, 권사 등 직분자들의 얼굴까지 컬러사진으로 싣는 등 고급화된 요람도 많다.

그런데 최근 교회 요람이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위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과 ‘이단 홍보물’이 그 대표적인 예다. 모두 다 교회 요람에 나타난 성도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집사님(또는 장로님, 권사님), 병원에 와 있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해요. 50만원만 바로 아래 번호로 보내주세요. 교회 가서 드릴게요. 000 목사. 할렐루야. 000-000-000(계좌번호)”

담임목사로부터 위와 같은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면 성도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독자 제위께서는 어떻게 할 것 같은가?

간단한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우선순위이지만, 적지 않은 선한 성도들은 담임목사의 급한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송금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보이스 피싱’이다. 교회 요람에 기록된 성도들의 직분과 전화번호가 악용된 사례다. 몇몇 교회가 이미 그러한 일을 당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주에 교회에 처음 참석한 사람입니다. 우선 전화로 성경공부를 좀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이 전화로 해 주세요. 000-000-0000(전화번호)”

잘만하면 한 영혼을 구원시킬 수 있다는 선량한 마음으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상대방도 적극적이다. 가능하면 성경공부를 많이 해 보고 싶다고까지 한다. 이럴 경우 독자께서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나 한 달 후 날아 온 전화요금 청구서에는 고액의 정보이용료가 부가되어 있다. 물론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정보이용료 안내가 나오기는 하지만, 나이 많은 장로님(또는 권사님)의 경우에는 그러한 메시지를 간과하기 쉬운 일이다. 특히 도심지보다 지방으로 가면 더욱 심각해진다. 중국 등 해외에서 걸려오는 경우도 있다. 역시 교회 요람이 이 일에 사용됐다.

D교회 K집사는 한 홍보물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교회 담임목사를 음해하는 내용의 인쇄물이 우편함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모 이단 단체의 행위였다. 문의를 해 보니 대부분의 교인이 그 인쇄물을 받아 보았다. 다행히 그 교회가 신앙적으로 건강하여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K집사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요람에 적힌 성도들의 주소가 이단 단체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발생된 사건이다.

이제는 교회 요람을 없애자.

분명 교회 요람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작은 부정적인 요소가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미국 유학 시절 초기에 경험한 작은 사건이다. 이미 정착한 한 동료 목회자에게 A목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필자는 당연히 “네, 그분의 번호는 000입니다”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달랐다. A목사에게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어도 되는지 물어보고 승낙을 하면 말해 주겠다는 것이다. 문화충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옳게 보이기도 했다. 개인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람을 없애자. 적극적으로 없애자. 요람 대신 필요한 교회 정보나 목회 철학은 ‘브로셔’ 등으로 제작해 사용하자. 가격도 훨씬 저렴해 진다. 오히려 전도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예배 안내만이 아닌, 교회 소개와 신앙생활 정보 등으로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도 좋은 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교회를 적극 알릴 수 있다. 성도들 간의 연락처는 부서별로 관리하면 좋을 듯하다. 다른 부서의 연락처가 필요할 경우 담당 목회자나 구역장 등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다.

이제 내년(2010년) 요람 등 교회 각종 인쇄물들을 제작할 때다. 그중 요람을 명단에서 제외시키자.

 

 

장운철 kofkings@ame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