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 한올에 깃든 정성과 인내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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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24-5년 정도 전에 제가 목회하던 교회에 다니시던 집사님의 사진입니다. 물론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요. 제가 목회하던 지역이 세모시로 유명한 한산면과 인접해 있어서 그 때만 해도 이렇게 모시 길쌈을 하시는 할머니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미 여러번 손질을 거친 모시 껍질을 가져다 잇빨로 가늘게 쪼개서 막대에 걸쳐놓고 한올씩 뽑아서 무릎에다 비벼가면서 길게 연결을 하는데 그것을 길쌈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후에도 힘든 여러 작업과정을 거쳐서 한필의 모시가 만들어 지고 그것을 가지고 옷을 만들게 되지요. 이처럼 많은 수고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 모시 옷은 여름에 정말 시원하고 보기도 좋습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자동화가 됨으로 인해서, 이쪽에서 재료를 넣으면 다른 한쪽에서 제품이 되어 나오는 세상, 모든것이 빠르고 간편하게 되어져 가는 것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이렇게 힘들고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이런 종류의 일들을 잘 안할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현대인들은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되도록이면 쉽고 편하게만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봉사를 하거나, 어떤 단체에 매여 구속을 받게 되는 것을 싫어하고, 심지어는 심방을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그저 간섭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오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런 성도들이 점점 많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삶의 형태나 가치관이 세월과 함께 변해가니까 무조건 옛날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가졌던 그 순수함과 정성과 인내가 배어있던 신앙생활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아직 사진의 초보였던 터라 필름 카메라로 서툴게 찍은 사진이지만 이 사진을 쉽게 버릴수가 없는 이유는 아마도 옛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