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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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것 예찬론을 펼치는 것이 문화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편하고 발전된 것이 옛것만 못하지도 않다 옛것을 고집하거나 새로운 것만을 찬양하는 어느 한쪽이 결코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옛것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켜나가는 것은 향수 때문은 아닐까? 옛날에는 걸어 다녔다고 지금도 걸어서 한양을 가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대에 향수에 젖어 불편함을 감수하며 산속에서 온고지신을 부르짖고 옛것이 좋다고 고집스럽게 사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최고의 문화와 환경을 누리면서 각종 혜택을 누리며 가는 이들 또한 누가 손가락질 있을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사연과 사정과 아픔들이 숨어 있기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합리화하거니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끼리끼리라는 말이 성립되나 보다

 

색의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에 벨비아(슬라이드 필름)로 산뜻한 사진을 즐기던 사람들이 지금도 그것을 고집하거나 모노(흑백)스타일이 깊은 맛이 있다고 예찬을 하며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 두려움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후지크롬에서 벨비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단다. 찾는 사람이 없고 필름 이상으로 발전하는 IT 기반의 편리함과 표현력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임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름의 향수를 모두 표현할 있는 시대에도 마치 필름으로 만드는 작품을 고집하는 것이 최고의 지식과 기술이 있는 사진가라고 자위하는 모습에서 상투와 갓을 쓰고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며 인터넷으로 생산 중단된 필름을 구하기 위해 흘려 뒤지는 아이러니함도 본다.

 

LP판 예찬론을 펼치는 음악애호가들도 깨끗하고 맑은 음질보다는 잡음 섞인 소리를 즐기는 것도 역시 향수의 자극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잡음 없는 최고의 음질과 아름다운 색상의 사진을 즐기는 신세대들이 새로운 느낌을 얻기 위해 노이즈 있는 작품을 찾는 것이 아날로그가 월등히 좋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든지 복제할 있는 세상에서 나만이 희소가치를 소장하고 누리는 기쁨이 크기 때문일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흐르는 물길은 환경을 지배하지 않는다. 아무리 막아보려고 해도 잠시 중단시키는 몸부림일 세상은 순리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경에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것이라 것이 있으랴(전도서1:9-10)”라는 말씀을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