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역정 '일선 경찰이 이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질책해야 범인 잡아들이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후 일산경찰서를 방문,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 대처를 강하게 질책한 뒤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30분께 서울 대치동의 한 사우나에서 용의자 이모씨(41)를 검거했다.

 검거된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범은 미성년자 상습강간범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본부는 31일 저녁 대치동의 한 사우나에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41) 씨를 검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거된 이씨는 애초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말했으나 경찰 조사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접근했음을 실토했다. 그러나 다시 성범죄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는 미성년자를 수 차례 상습적으로 강간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산 뒤 2년 전에 출소한 전과를 가진 인물. 무차별적인 폭행장면이 담긴 CCTV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시민들은 전과자였다는 사실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납치가 아닌 단순폭행 사건으로 상부에 보고해 늑장. 축소 수사라는 지탄을 받았으며 시민들의 분노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일산경찰서까지 찾아가게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이 발생한 경기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경찰들의 안일한 일처리를 꾸짖었다.

 용의자 이씨가 경찰에 검거되기 여섯 시간쯤 전인 오후 2시40분께였다.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경찰서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으로부터 사건 경위와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후 "경찰이 '폭행 사건'으로 처리했는데 어린 아이에게 폭행을 목적으로 했겠느냐.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어린 여자아이에게 한 것을 폭행 사건으로 다뤘다는 것은 그것이 별일이 아니니까 그것으로 간단히 끝내려는 일선 경찰의 (안일한) 조치"라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경찰이 유괴 사건을 철저히하자고 한 그날 이런 일이 있었다. 일선 경찰이 너무 해이해져 있다"며 "사건만 생기면 피해를 입고 사후 약방문 식으로 처리한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사건이 폭행 사건으로 끝나 버리고…미수에 그쳤기에 다행이지 더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며 "일선 경찰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뛰어왔다"고 역정을 냈다. 그는 "(경찰이) 이제 와서 분주하게 (수사)하는데 아무튼 범인을 빨리 잡으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된 경찰관들을 중징계키로 했다. 경찰청은 이날 이번 사건을 담당한 일산경찰서 형사과장과 대화지구대장 등 6명을 직위해제하고 일산경찰서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서면 경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6일 A양(10) 납치미수 사건을 신고받은 일산 대화지구대는 CCTV 화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폭행 사건으로 처리하는 등 부실 수사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용의자가 속히 검거된 것은 다행이지만 시민들은 '대통령이 나서야 신속하게 용의자 검거에 나서나' '안심하고 아이들을 내보낼 수가 없다'며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