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과문 전달 불발 


 
 교회협과 한기총 점거 외국인노동자들, "유감 말고 사과하라" 요구
30일 오후 1시 45분. 종로5가 기독교회관 7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실 앞에는 3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재중국 한인 동포들이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주시워리앙(주는 나의 힘)이라는 중국어 찬양이었다.

이들이 막고 있는 사람은 이날 오후 교회협과 한기총을 찾아 사과문을 전달하려던 추규호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 담당본부장. 하지만 서울 중국동포교회 장성진 목사는 “사과가 아니다. 다만 유감을 표한다는 이야기만 있었다.”며 “한기총과 KNCC, 교계에 사과만하는 퍼포먼스로 외국인들의 선교와 기독교 공동체와, 한국교계를 갈라놓는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우리가(외국인노동자센터 내에 있는 중국인교회) 만약 대형교회였다면 지금 이런 방식으로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이주민교회여서 현 정부가 성전 침탈을 우습게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목사는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써먹을 때 다 써먹고 짐승도 아니다”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있는 법무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외국인 노동자 A씨는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는 가장 안 좋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없이 한국의 경제 발전이 있겠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큰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는 모습을 와서 제발 취재 좀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오후 2시가 약간 넘은 시각. 기독교회관 옆의 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기총 사무실 입구엔 200여 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북을 치며 확성기로 "법무부장관 퇴진"을 외치고 있었다. 이들의 구호 소리는 1층에까지 울릴 정도로 건물 전체를 진동시켰다.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큰 게 아닌 악에 바친 사람들이 내는 그것이었다.

2시 30분. 한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고 법무부 본부장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사과문을 가지고 왔던 법무부 추규호 본부장은 가지고온 내용을 이들이 받아주지 않자 돌아간 것이다. 더군다나 외국인노동자들의 저지로 15층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1층에 대기하다가 돌아가고 만 것.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우삼열 사무처장은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며 법무장관과 국무총리급 정부고위층 책임자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부상자에 대한 치료 및 보호, 불법체류자들의 합법화, 재외동포의 자유왕래 즉각 시행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우 사무처장은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측면에서는 종교계측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며 “진보 보수를 떠나 모든 개신교인들이 분노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이곳에 모인 이들은 서울, 양주 등 각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온 사람들. 현재 한기총과 교회협을 점거해 농성을 벌여온 지도 5일째 접어들었다.

한편, 한기총 관계자는 법무부장관이 가지고 오려 했던 문건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자들의 문건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일단 예상치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제지로 발길을 돌린 법무부 쪽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코람데오닷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