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000 후보를 지켜 주옵소서"
 온누리교회·인천순복음교회, 목회자가 예배 중 특정 후보 소개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예배 중에 지방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들을 교인들에게 소개하고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용조 목사, 예배 중 서울시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 소개
 지난 5월 23일 서울 온누리교회(담임목사 하용조) 양재 성전 3부 예배 시간. 설교를 맡은 이재훈 목사가 서울시 의원에 출마한 최호정 씨를 교인들에게 소개했다. 최호정 씨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이다. 이 목사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분으로 이제 출발을 한다"며,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사실은 CGNTV에서 예배 영상을 본 시민이 <오마이뉴스>에 '왜 교회 예배 시간에 지방 선거 후보를 소개하지?'라는 기사를 쓰면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가 온누리교회 목회자들이 특정 후보를 소개하는 것을 보고
                   기사를 썼다. (<오마이뉴스> 기사 갈무리)

온누리교회에서 특정 후보를 교인들에게 인사시킨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5월 16일 3부 예배에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한 권영준 씨, 서울시장 후보인 지상욱 씨와 부인 심은하 씨가 참석했다. 하용조 목사는 권영준 씨를 사랑의교회 장로이며 '정감 운동' 캠페인의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하 목사는 서울시장 후보 지상욱 씨와 아내 심은하 씨를 일으켜 세우고 교인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하 목사는 두 사람이 온누리교회 교인이라고 소개하고 "처음 도전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성도님들이 격려해 주고 기도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상욱 우리 성도님, 주님이 기름 부어 주시고 권영준 장로님, 주님께서 지켜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기사를 쓴 시민 기자는 이런 행위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서초구선거관리위원회(서초구선관위)에 제보했다. 공직 선거법 제85조 2항에 따르면 종교적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 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초구선관위는 후보가 자기 교회 소속일 경우 간단한 근황 소개는 괜찮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권영준 후보와 같이 타 교회 교인일 경우 문제가 된다며, 서초구선관위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온누리교회 홈페이지에 있는 예배 동영상에는 후보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없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대한 교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양재 성전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책임자가 자리에 없어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최성규 목사, "비(非)전교조 후보 위해 기도해야 겠다"

인천순복음교회(담임목사 최성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5월 9일 오전 11시 예배 때 최성규 목사가 인천 교육감, 구청장, 교육위원에 출마한 예비 후보들을 교인들에게 인사시킨 것이다.


▲ 5월 9일 인천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한 후보가 교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최 목사는 후보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후보들은 예배당 앞에 모여 앉았다. 최 목사는 후보들을 한 사람씩 강대상 앞으로 불러내어 교인들에게 인사하도록 했다. 교인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부탁했다.

특히 최 목사는 교육감에 출마한 권진수 씨를 비전교조 단일 후보라고 소개했다. 최 목사는 "전교조 후보와 상대해서 비전교조 단일 후보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기도를 많이 해 주셔야겠다"고 했다. 권 씨는 현재 정식 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선관위가 조사에 들어갔다. 선관위 측은 예배 동영상을 입수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최성규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인천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외부 일정이 있어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