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라는 낯선 제목의 책이 눈에 뗬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하던 중 생경한 제목의 책에 눈길이 멈췄다.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를 살폈다.

저자를 확인하는 순간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해소 되었다. 이미 여러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교회 지도자들 중에 세속에 물든 기독교를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로 평가하는 사람들을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책은 이미 한국교회에 소개된 것이 여러 권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이름나 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때문인지 그의 최근에 저서가 한국어로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원제 : Christless Christianity)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역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미 출판된 그의 책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교회가 스스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흔히 중세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대를 “암흑시대”라고 한다.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당시에는 기독교 안에 복음을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암흑기였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에서 복음을 소외시킨다면 더 이상 기독교라고 할 수 없으나 중세교회는 기독교의 핵심인 복음을 소외시키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복음을 소외시켰음에도 역사상 가장 기독교적인 시대도 중세였다고 하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만큼 철저하게 기독교적이었다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기독교적이기 때문에 기독교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만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종교개혁을 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종교개혁을 해야만 했는가? 중세기독교회가 외적으로는 매우 기독교적이었을지라도 내적으로는 그리스도(복음)의 위치를 사람(사제)과 성례전이 대신한 기독교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세는 역사적으로 가장 기독교적인 시대였다는데 이의가 없을 만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문화예술까지 전 영역에서 기독교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기독교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중세는 역사상 외적으로 가장 기독교적인 시대를 만들었지만 그 기독교 안에는 복음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현상을 보면서 심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선교와 목회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과연 지금의 한국교회의 모습을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교회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도입하는 방법들과 쏟아져 나오는 설교들이 과연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인지? 중세시대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적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닌지? 교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며, 성경적으로 합당한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봐도 사람은 보이고, 기독교의 외적인 모습도 보이는데 정작 복음과 성경의 가르침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독교적이라는 말로 포장된 기독교의 모습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기만 하다.

복음을 말하면서도 복(돈)을 신앙의 목표로 삼게 만든다. 기독교의 신앙까지도 철저하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소외시키고 있는 교회와 신앙의 모습이 아닌지. 교회마저 대형 마트와 같은 논리와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회 컨설팅의 개념이 도입되어서 마케팅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목회를 하며, 교회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복음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기독교적이라는 외형만이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본질에 있어서 기독교가 아님에도 기독교적이라는 명분으로 그것을 기독교로 인식한다면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보니 그리스도인들의 눈에 보이는 것도 불신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데 관심이 집중될 뿐이다. 복음까지도 단지 인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시킨다면 진정한 복음은 어디서 찾아야 할는지 기독교는 이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작은 소리일지라도, 비록 듣는 사람이 적다고 할지라도 진정한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 위에 세워진 교회를 만드는 것이 현재의 교회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 아닐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단지 사람들을 많이 모으겠다는 생각으로 인기몰이만 한다면 아무리 기독교로 포장되었다 할지라도 결코 그리스도는 없는 기독교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