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고용 쇼크'..2009년 더 악화 전망 
 
 신규 일자리 어렵고, 감원 태풍 거세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고용 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신규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공공과 민간 영역 가릴 것 없이 '감원 한파'도 불어닥치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에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보다 경제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고용 시장이 더 움추려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업자수는 7만8000명에 그쳤다. 전달(9만7000명)에 이어서 2달 연속 10만명에도 못미쳤다.

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12월(4만4000명) 이후 최악의 수치다. 올해들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 7월 정부가 수정 제시한 일자리 목표치 '20만개 안팎'의 1/3 수준에 그쳤다.

내수부진에 따른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신입사원 모집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구직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전년동월보다 2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가라앉은 신규 고용시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한결같이 내년 상반기 경기가 최악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예견하고 있을 정도다.

저마다 비상경영에 들어간 기업들은 "현상유지도 벅찬데 신규 고용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나마 취업준비생들이 기대왔던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문도 정부가 10% 경비절감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닫힌 상태다.

경영계는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정책을 화답하는 측면에서 '대기업 10%, 중소기업 1사 1인 추가 고용'이라는 '일자리 협약'을 맺었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공염불'이 됐다.

취업정보 사이트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고용은 △대기업(1000인 이상) -0.4% △중견기업(300~999인) -18.9% △중소기업(299인 이하) -20.4%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크루트 홍보팀 정재훈 대리는 "일자리의 88%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이 경기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안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센터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 아래로 내려가면 신규 일자리는 10만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가오는 '실업 대란'=기업마다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직장인들의 감원 공포도 커지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임원진 30% 감축과 함께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모두 감산 체제에 들어가 다음 수순은 인력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금융권에서도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한 감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서도 '감원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2만여명의 직원 중 10% 이상을 감원키로 했다. 한국농촌공사(15%), 대한석탄공사(16%), 가스안전공사(10%), 농수산물유통공사(5%) 등 공기업의 감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모든 공기업에 정원 조정을 요구하면서 공기업 발 감원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외환위기 때처럼 전방위적인 '정리 해고'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용지표에서도 이런 현상은 확인된다. 11월 실업률은 3.1%로 전년동월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고용률은 59.9%로 전년동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520만1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5만6000명이나 증가했다.

산업별로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도소매·음식숙박업(-7만9000명) △제조업(-5만6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4만7000명) △건설업(-2만9000명)에서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종이 집중된 울산의 실업률은 4.5%로 전년동월보다 2.0%포인트나 급증했다.

주 센터장은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대기업에서 감원이 본격화되면 외환위기때처럼 실업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며 "상징적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감원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