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토막’ 한국경제, 日ㆍ中 먹잇감 위기 



 
 대한민국 기업들이 무방비 상태다. 주가에 원화가치까지 동반하락하면서 외화환산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 열강자본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해 11월1일 대비 코스피의 원화가치(4일 종가기준)는 51.11%로 반토막이다. 하지만 외화로 환산하면 또 반토막이 난다. 엔화로는 25.56%, 위안화로는 29.1%, 달러화와 유러화로는 각각 31.6%와 35.96%다. 코스닥도 원화로는 전고점대비 37.17%지만, 엔화로는 겨우 18.58%가 남았다. 일본 자본 입장에서는 불과 1년여전 100원이던 한국내 자산의 값이 25원, 또 19원으로 싸진 셈이다.

  개별기업을 살펴보면 더 기가 막힌다.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대주주 지분률 36%의 가치는 662억엔,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하나를 보유한 하나금융지주도 뚜렷한 대주주가 없어 지분 20%정도만 사들인다해도 500억엔이면 충분하다.

  간판급 재벌도 마찬가지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대주주 지분률 30%의 주식가치는 731억엔에 불과하다. 순환출자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대차그룹도 800~900억엔 정도면 시총 1426억엔인 기아차를 사들여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매출 200조원을 눈앞에 둔 재계 1위 삼성그룹도 1800억엔 정도면 지주사 후보인 삼성물산 지분 절반을 살 수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도 지배를 위한 지분 10%를 사는데는 5000억엔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제 코가 석자인 외국자본이 과연 사냥에 나설까? 지난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우리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기술경쟁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일본은 주요 해외시장에서 우리기업의 맹추격을 받고 있고, 중국은 우리의 기술력에 눌려있다. 경쟁업체를 사들여 시장지배력을 높일 동기는 충분하다. 돈도 많다. 일본 기업과 중국 정부는 세계 최고의 달러부자로 꼽힐 정도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구 자본도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은 곳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활용하면 M&A 시도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최근 몇몇 서구자본이 국내 첨단기업에 대한 투자를 모색하고 있고, 두산그룹의 소주부문 매각에도 외국계 자본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수 년전부터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법제화는 요원한 상황”이라며 “기업가치 추락에 따른 경영권 위협가능성 고조는 아주 심각한 문제인만큼 이미 적대적 M&A시도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석 삼성투신 리서치팀장은 “원화가치와 기업실적이 바닥을 찍는 내년 초가 기업사냥의 최적기”라며 “성공하면 더 좋고, 실패하더라도 환차익을 비롯한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돈 가진 사냥꾼들은 꽃놀이패를 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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