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1포기 1600원 …생협은 채소파동 몰랐다



 
 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서울 봉천동 자연드림 매장에서 손님들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아이쿱생협 제공]

“채소 비싸다고? 난 걱정 안 해요.”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 사는 주부 오미예(50)씨는 생활협동조합(생협) 회원 10년째다. 식료품은 대부분 생협에서 주문해 먹는다. 9월 중순 이후 채소값이 폭등했을 때도 오씨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당시 시장에선 애호박 하나가 3000~4000원이었지만 생협 판매가는 1700원 정도였다. 오씨는“품질이 좋아 가입했는데, 요즘은 가격이 싸 놀란다”고 말했다.

생협에선 채소 가격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시중에서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을 넘나든 지난달에도 아이쿱생협은 포기당 1600원에 팔았다. 상추·무·대파같이 시중 가격이 급등한 채소도 생협 판매가는 그다지 들썩이지 않았다.

비결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배추 쇼크’의 배후로 지목한 중간 상인이 없는 것이다. 생협이 직접 생산자들을 찾아 미리 공급량과 가격을 결정한다. 자연히 판매가가 안정적이다. 한살림 김현경 과장은“회원제로 운영되니 비교적 수요 예측이 정확한 편”이라며“이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작목회의를 열어 필요한 품목과 양, 가격을 정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중간에 마진을 챙기지 않는다. 조합비 등으로 물류비용 같은 운영비만 떼어낼 뿐이다. 일부 생협은 추가 가격안정 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다. 아이쿱생협의‘가격안정기금’이 대표적인 예다. 요즘처럼 배추가 비쌀 땐 소비자 판매가는 유지하되 생산자에겐 기금을 풀어 납품가를 조금 올려주는 식이다.

생협에 15년째 시금치·냉이·무 등을 공급해 온 이백연(53·전북 부안군 변산면)씨는“채소가 비쌀 땐 더 비싸게 쳐주겠다는 유혹도 많지만 넘어가지 않는다”며“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판로가 보장된 생협이 생산자에게도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한살림·아이쿱생협·두레생협 등 전국 주요 생협의 회원 수는 올 연말 5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2008년 말 32만8000여 명에서 2년 만에 55%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유대근 교수는“기후 변화로 농산물 가격 급등락이 심해지는 추세여서 생협 같은 안정적인 유통 모델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자생적인 성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완할 점도 있다. 회원이 빨리 늘다 보니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약점이다. 지난달 일부 생협은 배추 주문이 몰려 주문을 조기 마감했다. 직접 방문할 수 있는 매장이 적어 대부분 인터넷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다. 서울대 김완배(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직접 농산물을 보지 않고 주문해야 한다는 점, 꼭 회원 가입을 해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생협회원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생활협동조합= 생활필수품을 직접 사들여 조합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한다. 생협의 정신을 잘 드러내는 표어가‘생산자로부터 직접 소비자에게’다. 소비자들이 조합원이 되려면 3만원 안팎의 출자금을 내야 한다. 전국 생협은 180여 곳에 달한다.

 

[중앙일보 임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