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유임에 대한 한국교회연합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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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 정치상황에서 어쩔 없는 고육지책으로 보이나 이것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개조의 포기선언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총리는 지난 4 16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총체적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대통령도 국민 앞에서 눈물로 사과하며 책임총리를 세워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국가개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새로운 총리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인사 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잇따라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론검증도 통과하지 못할 인사를 책임총리로 추천했다는 것은 분명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없다. 그러나 검증을 빌미로 벌어지는 신상털기식여론몰이로는 어떤 인사도 견뎌낼 없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찾아내도 조그만 티끌까지 끄집어내 국회법이 보장한 인사청문회마저 열지 못하게 하는 정치권의 구태가 반복되는 어떤 참신하고 뛰어난 인재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총리의 사표를 반려한 이상 다른 선택은 없다. 총리의 유임이 분명 최선은 아니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난국을 타개할 차선의 선택이라면 이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국가개조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총리는 본인의 유임이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의 아픔과 국민적 분노를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여 바쳐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매듭지은 명예롭게 물러나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심각한 대립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총리를 누구를 세우느냐가 아니다. 지금의 분열상황이 고착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세월호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통령만의 책임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과 언론, 종교계, 사회지도층 모두가 뼈를 깎는 자성으로 국가 개혁과 개조를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 진정 대한민국의 침몰을 원치 않는다면,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고 서로를 인정하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2014 6 27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