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개막에 즈음하여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실현하는 지구촌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 국가대항전이 아니라 국적, 나이, 인종, 언어를 초월하여 온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실현하는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내전으로 수 만 명이 목숨을 잃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지난 2006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 축구선수의 호소로 월드컵 기간동안 총성이 멈추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후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내전이 완전히 종식된 사례는 월드컵이 지구촌의 평화와 화해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잘 말해준다.
운동경기는 전쟁이 아니다. 그러므로 승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그간에 훈련해 온 모든 기량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만큼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침으로써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제 온 국민이 24번째 태극전사로 나설 때이다. 우리는 뜨거운 응원과 박수갈채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줘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놀라운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바 있다. 그 저력은 다름 아닌 국민적인 화합과 단결이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젖은 이때 과도한 월드컵 응원 열기는 자칫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인 아픔을 덮는 것이 아니라 치유하고 더 큰 힘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이번 월드컵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 모두가 실의와 좌절을 극복하고 침체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월드컵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4년 6월 9일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