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길> 이백호 목사
시인도 아닌 내가 시상에 빠져 몸부림치다 새벽을 맞았다
어쨌든 내일은 쓰스 신당이 있을 것이라는 그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2층으로 올라오자 어느 새 저녁 밥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때 어떤 낯선 사람이 모세를 보고 반기며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이곳 초등학교 분교의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은 3년 동안 이곳에서 자취하며 킬리스트라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식사 후 머리숙여 감사인사를 하고 우리는 사무실같은 방으로 돌아왔다.
내 침대는 하늘이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있었다. 밤은 깊어 가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조용히 일어나 창가에 턱을 대고 하늘을 보았다. 깊은 산 속 가을 밤이라 그런지 하늘의 별이 더욱 가까이에서 반짝였다.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은하수 쟁반에 뿌려 놓은 듯 아름다운 것이 손에 잡힐 듯했다. 디모데의 청년 때 추억이 밤을 빼앗아 가고, 로이스와 유니게는 오늘 크리스천의 삶이 어떠냐고 물어온다. 그리고 별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고 초대한다. 비바람 불땐 숨어 버리고, 기다리던 임이 올 땐 밤새도록 반짝이는 새벽별이 되어 주님을 그린다. 시인도 아닌 내가 시상에 빠져 몸부림치다 새벽을 맞았다.
루스드라에는 모슬렘 사원이 없다. 그런 까닭에 코란 소리 대신 샙벽 닭 우는 소리만 들린다. 갑자기 “당신들 크리스천이지?”했을 때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고고학자라고 둘러 댄 어제 일이 생각난다.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를 통곡하게 했던 새벽 닭이 여기서도 울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일찍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돌담 위에 조각된 대리석 주춧돌이 여섯 개나 올려져 있고, 큰 돌기둥 한 토막이 마당에 있으며, 출입문에 장식된 대리석 입주 문기둥도 있다. 마을의 위치상 이 자리가 루스드라의 성문 자리임에 틀림없다.
“루스드라에 발을 쓰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어 앉았는데 나면서 앉은뱅이 되어 걸어 본 적이 없는 자라 바울이 말하는 것을 듣거늘 바울이 주목하여 구원받을 만한 믿음이 그에게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가로되 네 발로 일어서라 하니 그 사람이 뛰어 걷는지라. 무리가 바울의 행한 일을 보고 루가오니아 방언으로 소리 질러 가로되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우리 가운데 내려 오셨다 하여 바나바는 쓰스라 하고 바울은 그 중에 말하는 자이므로 허메라 하더라. 성 밖 쓰스 신당 제사장이 소와 화관들을 가지고 대문 앞에 와서 무리와 함께 제사하고자 하니 두 사도 바나바와 바울이 듣고 옷을 찢고 무리 가운데 뛰어 들어가서 소리 질러 가로되 여러분이여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느냐 우리도 너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 너희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이 헛된 일을 버리고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유를 지으시고 살아 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함이라”(행 14:8-15)
▲바위를 통째로 깎아서 예배처소로 사용했다.
우리도 너희와 같은 사람이라는 바울의 이 고백을 체험하고 인간적인 바울을 알고 싶어 이 선교의 여정을 밟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므로 성 밖 쓰스 신당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인 일이기에 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사도행전의 기록에 의하면 “그 때 유대인들이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와서 무리를 초인하여 돌로 바울을 쳐서 죽은 줄로 알고 성 밖에 끌어 내치니라, 제자들이 둘러섰을 때에 바울이 일어나 성에 들어가 이튿날 바나바와 함께 더베”(행 14:19-20)로 가게 된다.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하룻밤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