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

산머리 거기에도 처소는 있었는가

이백호 목사(PCMG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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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까이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니 바위를 통째로 깎아 만든 십자가형 바위가 나온다. 부분의 바위를 긁어 파서 모임 처소를 만들어 놓았다. 입구 위에는 십자가 모양의 조각을 놓았는데, 언뜻 보면 십자가가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내부는 7,8 정도밖에 들어갈 없는 작은 공간이었다. 매우 아담하고 정성스레 만든, 틀림없는 교회당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셋이서 드린 작고 소박한 예배지만, 참으로 감동적이고 근사한 예배라고 자위하며 찬송도 부르고 말씀도 읽고 헌금도 드렸다. 나는 축도로 예배를 마치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리 눈시울이 뜨겁던지! 곳을 암굴교회라 하지 말고 디모데 기념교회 부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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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스 신당으로 올라가는 경운기

 

 

이제는 쓰스 신당이 있을 것이라는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있는 데까지 차로 가고, 후엔 걸어서 가기로 작정하고 신길로 차를 돌렸다. 조금 올라가니 길이 점점 좁아져 이사아 올라갈 수가 없어 약간 넓은 공간에 차를 세우고 집을 트렁크로 옯겼다. 그런 다음 카메라만 메고 산길로 가기 위해 산을 살폈다. 순간 마을에서 올라오는 경운기 소리가 요란했다.

 

경운기를 세운 우리는 산으로 가는 중인데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올라타자 경운기는 더욱 힘차게 달렸다. 산길은 험하기 짝이 없었다. 좌우로 흔들리다가 하면 앞쪽으로 밀려가고, 드르릉 하면 뒤쪽으로 밀려가 엉덩이가 부딪혔다. 이렇게 엉덩이춤을 추는 모습이 참으로 재미있게 보였던지, 운전수는 그럴수록 돌멩이를 피하지 않고 달렸다.

 

한참을 올라가다 경운기를 멈추더니 자기네는 이쪽 깊은 산으로 가야한다며 산으로 올라가면 신당이 있다고 가리켰다. 다음 일이 문제였다. 쓰스 신당이 있다면 사람들이 쉽게 올라가고 내려올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곳은 마을과 너무 떨어져 있고, 산도 가팔랐다. 그레이스는 산에 오르려는 생각을 무조건 포기했다. 없이 모세 혼자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올라가고, 나는 그레이스와 남아 그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없는 산새 소리가 메아리칠 만큼 산은 조용했다. 살살 부는 가을바람은 속살까지 시원하게 해주었다. 산길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가엔 돌미나리가 소복이 자라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돌미나리가 당뇨에 좋다며 뜯어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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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타고 정상으로

한참 지났는데도 모세가 내려오지 않아 산을 향해 모세, 모세하고 불러보았다. 잘못된 것일까?두려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높은 속에는 들짐승도 있고 바위 사이에는 독뱀도 산다. 모세는 등산구두가 아닌 구두를 신고 있었고, 의지할 지팡이도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나를 심히 괴롭혔다. 힘주어 모세를 다시 불러보았다. 점점 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경운기 대가 올라왔다. 다급한 마음에 무조건 세우고는, 우리를 차가 있는 곳까지만 데려다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돈을 주겠다고 하자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더니 그렇게 하자며 차를 돌렸다. 우리는 모세가 있는 산을 향해 있는 데로 오시오.하고 소리치고는 내려와 그늘에 앉아서 모세를 기다렸다. 시계를 보고 보았다. 기껏 5분이 지났는데 시간을 기다린 같았다. 그레이스는 모세는 해병대 출신인데.하더니 다시 산을 향해 올라갔다. 혼자 걸어가는 그레이스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그녀를 과부로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모세와 그레이스가 손을 잡고 내려왔다. 반갑고도 반가웠다. 흥분은 잠시,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느냐고 나무라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봤어요?하고 묻자, 모세는 나무 그늘에 앉아 지그시 나를 보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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