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화국이 시작되면서 당시 텔레비전 뉴스는 하나의 별명을 얻어가졌다. 이름하여 “땡! 전”이다. 9시 정각을 알리는 시그널과 함께 이어지는 아나운서의 말은 “전두환 대통령은 …”으로 시작되는 뉴스를 어김없이, 아니 반드시 첫 뉴스로 전달했다. 해서 당시 텔레비전 9시 뉴스는 보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왜 이 시점에서 30년 가까운 시간이나 지난 이야기를 하는가? 요즘 우리나라 정치적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현상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공화국 때와는 정 반대로 뉴스에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한다고 해도 정치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발부터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경제회생이라는 과업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스스로 멀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법이나 현실에서 대통령은 분명 모든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현안들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해도 대통령은 그 중심에 없다. 마치 정치로부터 초연한 사람처럼 보이질 않는다. 한 마리의 백로가 되어 정치판에서 멀리 날아갔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련만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직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통령은 없고 국무총리와 같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정치는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경제회생을 위해서만 일하겠다는 것인지?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은 리더십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할 일이다.

그럼에도 신문이나 TV 어디를 봐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국무총리가 어디에 무엇을 했다는 정도의 느낌이 들 정도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과거에 무엇을 했던, 어떤 일에 능력이 있는 것과 관계없이 대통령은 일단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해서 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 매듭들을 풀어갈 수 있는 협상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는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혼자서 청렴하고, 열정이 있고, 일관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는 것으로 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한 것들은 한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그 덕목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덕목을 준비하여 정치를 하는 것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수신제가를 이뤘다면 치국(治國)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선장은 정치의 중심에서 나라의 미래를 제시하고 갈 길을 열어가야 한다. 한데 선장이 보이질 않으니 선원들은 제각기 사공이 된 판이 아닌가.

국회는 난장판이 됐다. 외국의 언론들이 기이한 한국의 국회 소식을 전하면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국회를 전하고 있다. 해방 이후 경제의 기적을 일으켜 이만큼 살게 되었다는 것으로 멈추려는가.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인데도 선장이 없으니 배가 가야할 갈 길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이 그렇게 나약하지 않으니 알아서 찾아가는 슬기가 있기를 기대하기는 하겠으나 혼란과 낭비되는 에너지를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이 없고, 정치적 경력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하나 그것은 이미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일 아닌가. 해서 입장이 다를 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너무나 닮은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것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정치에 대해서는 반대의 모습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없음에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어려움을 자초했다면, 현 이명박 대통령은 선장의 자리를 스스로 밀어내고 뒤에서 훈수 두듯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훈수를 들을 사람이 없지 않은가. 하니 그 훈수는 혼잣말일 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치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기업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기술이 있거나 마케팅 능력이 있으면 된다. 그러나 정치는 파트너가 있다. 그 파트너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측근들만이 아니라 여야 정치인들과 국정을 공유하고, 국가를 위해서 나가야 할 길과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장이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정치가 성립된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만나지 않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정치의 파트너는 없는 것이다. 아니 자신에 의해서 부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는 대통령의 정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비록 생각과 가치가 다르더라도 옳은 것이라면 나누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한데 도무지 선장인 대통령이 보이질 않으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이 나라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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