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에서 경쟁상대로 만나 '악연'으로 끝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의 인연은 '대결'로 시작됐다. 지난 1996년 4월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선거구에 함께 출마해 '꺾어야 할 상대'로 만났던 것.

당시 신한국당의 이명박 후보, 새정치국민회의의 이종찬 후보, 통합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등 3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고, 노무현 후보는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정치 입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발 먼저여서 1988년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의 권유로 13대 총선에 출마, 부산 동구에서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후 14대 총선에 민주자유당 전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3당 합당에 참여하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해 이 당시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첫 맞대결인 15대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릎을 꿇었지만 승리를 차지한 이명박 대통령도 이후 선거법위반 혐의가 드러나 재판 과정에서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치러진 재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다시 나선 노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인봉 후보를 눌러 설욕하며 6년만에 국회 진입에 성공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관계로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당선돼 먼저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한민국호 선장인 노 전 대통령과 '서울 공화국'을 책임진 이명박 대통령은 서로의 이념에 차이가 있었지만 큰 충돌 없이 '대통령-소통령'의 조화를 이뤘다.

특히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었던 청계천 개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강력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시장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추켜세웠고,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청계천 복원 계획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이견을 극복하고 힘을 실어준 노무현 대통령께 감사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난 것은 대권 바통을 넘겨주고 넘겨받은 이후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간 이후 '청와대 자료유출 논란'이 제기돼 전·현 정권이 충돌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집중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번지고 말았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비롯한 범진보세력이 그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 묻고 있어 노무현 이명박 전·현 대통령의 관계는 끝내 '악연'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시 보낸 조화는 '설치 보류중'

[CBS정치부 김정훈 기자]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