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미국의 북한 ‘핵 보유 인정’ 무엇을 의미하나? 심각하다 .
북한은 강력한 미사일 전력과 함께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핵 개발 프로그램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군대를 보유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yaleglobal.yale.edu

리버럴(liberal) 성향의 차기 미 행정부가 북핵 제거를 목표로 하는 ‘공세적 대북정책’을 지양하고,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핵의 확산을 저지하는 ‘수세적 대북정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인식은 김정일 정권의 군사적 능력을 간과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망조로 접어든 국가의 표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정권은 여전히 강력한 미사일 전력과 함께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핵 개발 프로그램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군대를 보유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유사시 북한군은 전쟁발발 처음 한 주 가량은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군의 공습으로 병참이 차단된 북한군 주력부대는 공격능력을 상실한 채 ‘재앙’에 가까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혹은 최종적인 패배를 막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국가적 자살행위를 시도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 북부는 오랜 세월 동안 방사능에 오염된 채 방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전략적 필요성을 넘는 방대한 규모의 재래 전력 투자를 해왔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육군: 95만 명에 이르는 강력하고 조직화된 북한의 지상군은 1개 전차군단, 4개 기계화군단, 12개 정규군단, 2개 포병군단, 그리고 1개 평양방어사령부로 나뉘어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2만 명에 이르는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사시 이들 병력 가운데 1만 명을 항공기로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육군의 4개 전방군단은 방어가 아닌 공격을 목표로 조직된 부대로 여기에는 806/815 기계화 군단과 820전차군단, 108/425 기계화 군단 등이 있으며, 후방지역에는 4개 군단(3/6/7/8군단)이 각각 배치되어 있다.

▲지상군 무기체계: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무기와 장비는 러시아와 중국 것을 기반으로 제작된 구식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그동안 기존 무기의 변형 또는 새로운 개발을 통해 장비의 현대화를 시도해왔다.

북한은 현재 4천1백대에 달하는 T-34/85, T54/55, 타입(Type)―59, T-62, PT-76등의 전차를 비롯해, 2천 8백대의 장갑차, 3천 5백대의 견인포, 4천 5백대의 자주포, 2천 6백여 기의 이동 로켓 발사대, 8천여기의 박격포, 9천여기의 대전차로켓 발사관, 8천여기의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국토의 전 지역이 요새화된 국가로 총연장 6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과 8천여개소의 지하벙커를 확보하고 있으며, 남한을 겨냥한 미사일, 핵 시설, 전투기 등 대부분의 전력이 비무장 지대에 근접 배치되어 있다.

특히 북한은 주요 군사시설의 상당수를 최근 지하로 옮겼으며, 이들 시설은 미국이 보유한 ‘벙커버스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5백만 톤에 이르는 탄약, 그리고 식량과 연료가 전시를 대비해 지하에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공 및 해안방어 체계: 북한은 방대한 규모의 SAM(지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SA-2, SA-3, SA-5와 같은 러시아 또는 중국산 미사일의 복제품으로 SA-7/16으로 알려진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1만5천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길고 굴곡이 심한 해안가를 따라 6개의 미사일 기지를 배치해 유사시 160킬로미터 밖에서 적 함대를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 개천 제1항공전단, 덕산-함흥 제2항공전단, 황주 제3항공전단의 격납고와 활주로와 같은 주요 시설들은 대개 지하화 되어 있다. 특히 북한은 조종사들에게 실전 경험을 부여키 위해 베트남 전쟁 당시 200여명의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했으며, 하노이 방어전에서 상당한 전과를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에 25명의 조종사를 파견했으며, 1973년 발생한 ‘욤 키프르’ 전쟁에는 이집트와 시리아에 30명의 조종사를 보냈다. 북한 공군은 현재 8만 5천명의 병력과 함께 700대에 이르는 방공 및 공격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중국산 A5(40대), 미그-17(140대), 미그-19(120대), F7(40대)과 러시아산 미그-21(180대), 수호이-7BMK(18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현대화된 36대의 수호이-25와 40대의 미그-29, 그리고 중국산 H-5 폭격기와 300대의 헬리콥터와 200대의 An-2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 북한 해군은 4만 6천명의 병력과 함께 해군사령부 예하 동ㆍ서해 함대로 양분되어. 서해함대 사령부에 6개 전대, 동해함대사령부에 10개 전대가 편성되어 총 16개 전대가 배치되어 있다.

북한 해군이 보유한 함정과 잠수함의 대부분은 요새화된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북한은 또 26척의 러시아산 로미오급 잠수함과 위스키급 잠수함을 비롯해 해상교통로 교란 및 기뢰부설, 특수부대 요원의 은밀 침투 등에 사용되는 65척의 소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대량파괴무기(WMD): 북한은 연평균 100여기의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81년 이집트로부터 러시아제 스커드 미사일을 구입해 84년 화성-5 미사일이란 이름으로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현재 북한은 900~1000여기에 이르는 화성-5/6 미사일을 비롯해, 개량형 노동-1호 미사일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포동 미사일 100여기를 지하에 은닉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수년 내에 사정거리 8천~1만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포동 2호와 노동 3호 미사일과 같은 대륙간 탄도탄의 개발을 완료해 실질적인 전략적 억지력을 확보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포동 2호 미사일의 경우 얼마 전 미사일 시험 발사에서 42초를 비행해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7분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술적 실패라고 볼 수 없다. 북한은 또 미사일을 정권의 생존과 결부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무기는 유사시 방어와 선제공격에 있어 치명적인 것이 대부분으로 이 같은 이점을 활용, 무기 수출을 외화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실제로 파키스탄이 개발한 ‘가우리’ 미사일과 이란의 ‘샤하브(Shehab)-3' 미사일의 경우 북한의 노동 미사일 기술을 들여와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또 시리아와 리비아에 ‘화성-5’ 미사일을 판매했으며,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베트남에는 미사일 부품과 제조 기술을 판매해왔다. 북한은 미사일 부품과 제조 기술의 해외 이전을 통해 자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해 왔으며, 현재 장거리 탄도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수소폭탄을 비롯해 120여기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핵보유국’ 논란이 있었다. 논란은 미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에서 발간한 보고서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s)이라고 명시한 데서 비롯됐다. 우리 외교부의 대응은 단순 명쾌했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필요한 수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국회에서 “미국의 명백한 착오”라고 말했다.

미국 측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 정보기관들은 이미 북한이 핵폭탄을 여러 개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명칭 자체가 현실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엔 등급이 있다.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인정한 미·영·중 등 5개국과,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비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경우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것은 다 알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진 않는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문제가 있는 나라’가 아니라 ‘핵무기를 가진 나라’로 행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핵무기는 관리대상이지 제거·해체 대상이 아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나 국제협상 따위도 필요 없어진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2003년 리차드 할로란 군사전문 기자가 처음으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거론했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2006년 7월30일 프리존뉴스 단독보도) 당시 할로란 기자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미군측은 주한미군의 병력규모 감축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그의 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증명됐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 문제는 향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현실화 된 것처럼 김정일 정권의 핵보유를 미국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편, 북한은 60년대 초 부터 영변, 태천, 평양, 금호 등의 시설에서 핵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시켜 왔으며, 양질의 자체 우라늄 광산을 보유해 가채 량만 4백 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북한은 고도화된 생화학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사시 이들 생화학 무기를 미사일, 항공기, 포 등에 장착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미사일 부품과 제조 기술을 해외로 판매해 톡톡한 재미를 본 북한이 핵무기 제조 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킬 가능성은 없을까? 현재 북한 핵무기의 잠재적 고객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가는 이란이다. 만일 이란이 북한의 도움으로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다면 이는 악몽과도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뜻(국민의 66% 해체반대, 700만 명이 서명)을 무시하고 ‘한미연합사 해체작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연합사 해체(전시작전통제권 전환)를 한미정상회담(2008.8.6) 공동성명과 제40차 SCM합의문(2008.10.17)에 명기한 것이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리버럴(liberal)성향의 오바마 행정부를 사이에 두고 한미동맹이 원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가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하나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는 자주국방(수소폭탄-중성자탄 등 남한 단독 핵무기 개발 포함)으로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연합사 해체를 연기하면서 국가생존과 경제회복을 동시에 도모하는 길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