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스님, 함께 성탄절이브 설교를
                 갈릴리교회에서 인명진 목사와 함께 성탄 축하,

 크리스마스에 교회에서 설교한 스님이 있습니다. 1224일 자정을 넘긴 무렵 법륜 스님과 정토회 신도들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갈릴리교회 성탄절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거리에서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이 왜 교회를 찾아갔을까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륜 스님은 오래전부터 종교를 넘어서서 목사님, 신부님과 많은 교감을 나눠 오고 있습니다. 이번 성탄절 예배도 마찬가지였고요. 법륜 스님이 교회에서 설교해 준 말씀, 이에 교감해 준 인명진 목사님과 갈릴리 교회 교인 분들의 따뜻한 환대 모두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 땅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여러분들께 꼭 소개해 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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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설교하는 인명진 목사. 설교를 듣고 있는 법륜 스님. (사진 제공 이준길)

 먼저 갈리리교회 담임목사인 인명진 목사님이 이 땅에 예수님이 오신 참뜻에 대해서 설교를 해 주었습니다.

"천사가 말하길 메시아라는 표시는 누구든지 외양간에 누워서 포대기에 쌓여서 여물통에 누워 있으면 그게 예수인 줄 알아라. 메시아는 외양간에 있고, 짐승들이 먹는 여물통에 누워 있고, 포대기를 뒤집어쓰고 누워 있습니다.

예수님이 묻기를 내가 세상에 갔을 때 너는 왜 나를 모른 척했는가 했더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다. 너는 내가 배가 고파서 찾아갔을 때 모른 척하던데. 나그네 되어 병들어서 너를 찾아갔더니 못 본 척하던데. 네가 못 본 척한 그게 바로 나였다.

외양간, 여물통, 포대기. 그게 예수라는 표시입니다. 추운 겨울에 헐벗고 있다. 그게 예수입니다. 사람이 밥을 먹어야 되는데, 짐승보다도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예수입니다.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예수를 찾으려 하지 않았던가요? 예수를 만나야 진정한 크리스마스입니다. 예수를 만나는 방법은 외양간, 여물통, 포대기에 쌓여 있는 헐벗은 사람을 찾아가는 겁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진정한 성탄절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불교 신자이지만, 목사님의 설교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성탄절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조건 믿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떤 삶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몇 곡의 아름다운 성탄 축가가 울려 퍼지고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습니다. 웅장한 오르간 연주를 들으니 마치 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예배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인명진 목사님은 법륜 스님을 강단으로 부르시더니 즉석에서 설교를 요청했습니다. 법륜 스님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강단에 올라와 축사와 더불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에 대해 참석한 교인들에게 설교해 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스님이 교회에서 들려주는 설교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무척 이색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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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일 자정이 넘은 시간. 예수님 오심을 함께 기뻐하며 교회에서 설교하는 법륜스님. (사진 제공 이준길)

성탄절인 오늘 교회에서 법륜 스님이 설교한 내용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있다고 하죠. 제가 예전에 성경을 읽어 보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은 생각이 교만한 자를 겸손하게 하고 지위가 높은 자를 낮추시고 비천한 자를 높이시려고 오셨다. 부자를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시고 배고픈 자를 배부르게 하러 오셨다. 전 이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예수님 오심이 이런 목적이라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 예수님은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 만약 예수님을 마음에서 영접하는 사람이라면 가진 자들은 그것이 본래 자기 것이 아닌 줄 알고 세상에 많은 부분을 되돌려 줘야 될 것 같고요.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그래도 전 지구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직은 대한민국이 살 만한 나라가 아니냐. 그래서 불평, 불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희망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우리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도 돌봐야 하지만 우리 사회 안에 비천한 자, 배고픈 자가 누굴까 생각해 봅니다. 북한에서 추위에 떨고 식량이 없어서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는 2,000만 동포들이 아니겠는가. 그들에게도 오늘 성탄절에 우리가 누리는 기쁨을 나눠 가질 순 없을까. 우리가 만약에 간절히 기도한다면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보다도 그들에게 먼저 내려가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그들을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인권적으로 비천한 대우를 받는 세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예수님 오심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도 생활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예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강보에 싸이고 마구간에서 구유에 누워 있는 모습이 누굴까. 국내에서는 노숙자들이 그런 모습에 가까울 것 같고, 특히 북한의 다수 주민들이 그런 모습으로 되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도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들이 앞장서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 보자.

사회적 갈등이 많은 이 시대에 우리 종교인들이라도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고, 사상과 이념, 신앙과 믿음이 서로 다르더라도 다른 것을 서로 인정하고 함께한다면 다른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면 오히려 풍요로움이 되지 않겠나. 다름이 갈등이 안 되고 풍요로움이 되는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었으면 합니다."

예배에 참석한 많은 교인들 모두가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종교를 넘어서서 이렇게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많은 감동으로 다가왔네요. 인명진 목사님이 법륜 스님의 설교를 듣고 "자주 오시면 제 자리가 위험해질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참석한 교인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법륜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에도 이와 똑같은 말씀을 불자들에게 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든 성탄절이든 고통 받는 이웃을 걱정하는 오직 한 생각이시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교든 기독교든 고통 받는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그 정신은 근본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배 내내 법륜 스님은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축하곡을 부르며 함께했습니다. (사진 제공 이준길)

마지막 순서로 법륜 스님과 함께 온 정토회 불자들이 성탄 축하곡을 불렀습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노래였는데, 참석한 교인들 모두가 다 함께 벌떡 일어서서 함께 불렀습니다. 인명진 목사님도 법륜 스님을 다시 강단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두 분이 함께 서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불렀습니다.

 성탄절 갈릴리교회 성탄 예배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인명진 목사님과 법륜 스님은 종교 간의 화합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습니다. 종교가 달라도 그 다름이 갈등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 풍요로움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직접 이 자리를 통해 보여 주었습니다.

이날 불자들과 교인들이 함께 부른 '기쁘다 구주 오셨네' 노래는 종교 간의 벽을 허무는 화합과 기쁨의 노래였습니다.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신 뜻이 서로의 다름이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하고, 조화와 균형의 풍요로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할 때, 이 자리는 분명 아기 예수님 오신 뜻이 바로 실현되고 있는 자리였습니다. 모처럼 가져 본 아름다운 성탄절,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