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단해제 혼란’책임자는 이광선 목사
전대미문‘면죄부 미수 사건’전말…“한국교회에 사과해야”

9면 6-1 한기총 로고).jpg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의 이단면죄부 발부 시도는 결국 ‘미수’로 끝났으나 이 사건이 한국교회에 남긴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상징성이 있는 한기총의 실추된 공신력 회복도 마찬가지이다.

 2010년 12월 21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실행위)는 물의를 빚어온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위원장 고창곤 목사) 해체안을 가결하고, 이대위가 결의하여 임원회가 채택한 원안을 부결시켜버렸다. 이렇게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사건이지만 사실상 한기총의 이단해제 시도는 이미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가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예고돼 왔다.

 이광선 목사 체제 한기총은 이대위의 인사 구성에서부터 우려를 낳았는데, 결국 이단해제 행보와 관련한 첫 목소리는 김항안 이단사이비문제 상담소장에게서 나왔다. 그는 취임 일성부터 이단에 적극 대처하자는 각오보다 기존의 이단대처 사역자들을 폄훼하고 그들에 대처하자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는 이단옹호언론으로 규정된 크리스천투데이(www.chtoday.co.kr, 설립자 장재형 목사) 등과의 인터뷰(2009년 12월 29일자)에서 “일부 이단 연구가들이 마치 자신이 소위 말하는 ‘이단감별사’나 ‘검찰’처럼 행세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오히려 교회와 성도들에게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고 발언했다. 김항안 목사는 선임될 때부터 한국교회가 철저히 대처해야 할 이단보다 오히려 이단연구가들을 상대로 공격적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광선 목사 체제 한기총 이단대책의 궤도이탈은 그 어떤 기관보다도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포진해야 할 이대위에서 그동안 이단문제로 한국교회에 크게 공헌해온 최삼경·박형택·최병규 목사를 퇴출시키며 본격화 했다. 그들이 빠진 이대위는 김항안 상담소장 외에 심지어 이단옹호 전력으로 문제가 된 인사를 비롯하여 오래 동안 이단연구가를 괴롭혀온 사람까지 대거 자리를 잡았다. 당시 이광선 대표회장이 기존 연구가들을 내치며 내세운 기준이 '오래 된 사람들 교체'로 알려졌으나, 그 기준에 들어맞으면서도 퇴출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는 점에서 '솔직하지 못한' 처사였던 것이다. 이렇듯 이광선 목사 체제 한기총의 이단면죄 행각은 예고된 것이나 다를바가 없었다.

 이대위는 귀신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지적돼온 김광신 목사(전 LA은혜한인교회)와 한국은 물론 홍콩·일본·중국 등지에서 재림주 의혹이 제기된 장재형 목사(한국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에 대해 ‘무혐의'라는 면죄부 결정을 내리고 2010년 10월 22일 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대위의 보고는 임원회에서 부결됐다. 한기총 가맹 교단의 결의와 배치되는 안건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다음 회기(이광선 대표회장의 현 임기가 끝난 후 새대표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회기) 때 다시 다루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 한기총은 이날 임원회가 끝나고 20여 일 지난 11월 15일 임원회에서 그 결정을 뒤집어 버렸다. 이광선 대표회장 임기 마지막 임원회가 열리는 12월 17일에 이대위의 보고를 다시 받고 재론키로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길자연 목사(한기총 새 대표회장 당선자)가 “한기총 회원 교단이 문제시한 인사에 대해 한기총 이대위가 반대되는 결정을 하면 한국교회는 혼란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임원은 “임원회가 절차상 아무 하자 없이 결정한 것을 20일만에 무시하고 또다시 모종의 결정을 하는 것은 이상하다,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날 임원회에서 이광선 대표회장은 길 목사 등의 의견을 들은 뒤에도 “각 교단에서 이단 결의를 할 때 정치적 요소가 다분히 깔릴 수 있으니 한기총이 그 결정을 다 따를 수 없다”고 뭔가 기울어진 발언을 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수장으로서 가맹교단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예장 통합·고신·합신측 이대위원장들은 11월 26일 한기총을 항의 방문하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여러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한기총 이대위의 행보가 매우 우려스럽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한국이단사이비대책목회자협의회(대표 박기성 목사), 갓피플 바로알자신천지, 아레오바고 사람들(대표 이영호 목사), 과천시민연대(공동대표 김철원 목사), 평신도이단대책협의회(대표 이인규 권사), 예장 통합 대전서노회 이대위(위원장 성시일 목사, 상임총무 강종인 목사), 국제기독교이단연구학회(상임이사 최은수 교수)에서도 한기총의 이단 면죄 행각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예장 통합·고신·백석 등이 총회장 명의로 ‘이단해제 시도에 대한 유감표명’을 골자로 한 항의 서한까지 보냈다.

 그러나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의 한기총에는 백약이 무효했다. 이런 파문의 와중에 고창곤 이대위원장, 정철옥 이대위 서기, 김항안 상담소장의 명의로 한기총 이대위의 입장표명이라는 것이 발표되었다. 전문성이 전혀 보이지 않은 이 입장문에서 이대위의 핵심인사들은 그동안의 한국교회 이단연구 대책을 비난하는 한편 이단규정의 대상자가 되는 측의 소위 '피해'라는 것을 매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한기총은 12월 17일 이광선 대표회장이 주도한 임원회에서 일을 내고 말았다. 예장 통합·합동·고신·합신 측에서 이단·이단성·참여금지로 규정하고 백석측에서 제명·출교된 변승우 목사(큰믿음교회)에 대해‘이단성 없다’는 이대위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장 통합과 합신에서 각각 ‘재림주 의혹 예의 주시’,‘이단요소 있어 교류 금지’로 규정한 장재형 목사(한국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에 대해서도‘재림주 의혹에 대한 혐의가 없다’는 보고서를 그대로 채택했다.

 이광선 목사는 1년전 대표회장 당선 당시 취임 공약으로“이단사이비로부터 교회를 지키기 위한 연구와 집행을 위하여 한기총 이대위와 각 교단 이대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공언(空言)이었다는 것을 이 대표회장은 자신의 행동으로 입증해 주었다.

 한기총이 이단 문제와 관련, 가맹교단의 총회 결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은 한기총 출범 이후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에서 일어난 초유의 일이다. 이전까지의 한기총은 이단문제에 관한한 가맹교단의 총회 결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이단대책의 역사를 견지하며 한국교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한기총의 역사에 총구를 겨누고 난사한 것이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의 한기총 이대위였다.

 이날 임원회에서 이 대표회장은 국내외적으로 장재형 목사 재림주 의혹과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들이 그동안 충분히 공개되고 폭로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또 시비를 거는 쪽도 확실한 근거가 없이 뜬소문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맙시다”라며 중심추가 현격하게 기울어진 자신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내보이면서까지 분위기를 한 쪽으로 몰았다. 장재형 목사 재림주 의혹을 좀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한 임원의 말도 도중에 중단시키고 발언권을 다른 임원에게 넘기는 등의 회의 진행을 하다 그 임원으로부터는 ‘이상하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한기총이 가맹교단의 결의를 무시하고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을 한 후폭풍은 거셌다. 예장 통합·합동·백석·고신·합신 등 5개 교단 총회장은 12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기총의 이단면죄 행각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한기총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총회장들은 성명서에서“5개 주요 교단장은 이단 규정과 해제는 각 교단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연구되고 결정되어 왔다”며“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이 각 교단들이 이미 규정한바 있는 단체들을 해제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고 성토했다. 5개 주요 교단 총회장은 나아가“한기총은 이단 문제와 관련한 이번 결정을 즉각 철회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된 한기총 인사들은 즉각 사퇴시켜야 혼란이 해소될 것이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기총 실행위원회가 열린 12월 21일은 이단 규정된 자에게 면죄부를 주려던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 한기총이 최대의 역풍을 맞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실행위원회는 길자연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직후 기타 안건 토의에서“(이광선 대표회장 체제) 이대위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자”는 안건을 가결했다. 실행위의 결정으로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 한기총의 이단해제 시도는 결국 이대위가 된서리를 맞으며‘미수’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회장 체제에서 일어난 한기총의 이단 면죄 시도는 두고두고 교계에 회자되며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그 책임의 중심에는 누가 뭐라해도 이광선 목사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교계의 한 인사는 “이광선 목사가 이번 소동의 책임을 지고 한국교회 앞에 사과하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