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김제동이 오는 17일 방송을 끝으로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다. 2005년‘스타골든벨’을 진행한지 4년여 만이다.

김제동의 소속사는 10일 “스타골든벨 제작진으로부터 12일 마지막 녹화라는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 MC 교체는 사전에 MC와 최소한의 상의를 거치고 진행된다. 이번 경우는 자의에 의한 하차 보다는 퇴출 쪽에 가깝다. 그동안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에서 수준급 진행을 선보였다. 1대다(多)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고, 2006년 ‘연예대상’을 받을 정도로 KBS에 대한 기여도도 높았다. 국내 경제침체로 인한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진행된 ‘연예가중계’ MC 교체도 조용히 받아들인 바 있다.

KBS는 김제동이 ‘스타골든벨’의 진행을 너무 오래 맡아 왔고, 가을개편을 맞아 새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한 교체라는 입장이다. 최근 ‘스타골든벨’이 식상한 포맷으로 시청률 정체 현상을 겪어온 것을 감안하면 KBS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문제는 KBS가 내세운 MC 교체 사유가 김제동만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골든벨’의 김제동처럼 유재석도 ‘해피투게더’를 3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탁재훈과 신정환이 이끌어오고 있는 ‘상상플러스’와 남희석이 진행하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는 ‘스타골든벨’ 만큼이나 새로운 분위기가 시급하다.

이와 관련 김제동과 같은 소속사인 가수 윤도현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한 사실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도현과 김제동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노제에 직접 참여하는 등 방송가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연예인으로 알려졌다. KBS가 김제동에게 적용한 가을개편의 잣대를 다른 MC에게도 적용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외압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김제동의 하차는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11일 “MC 김제동을 갑자기 하차시키는 것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또한 이날 논평을 통해 “김제동이 소신 발언을 한 것이 정권의 미움을 받아 그만두게 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