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는 접촉하지 말라.”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로 함구령이 떨어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인근 해군 아파트에는 인적이 드물다. 그나마 눈에 띄는 해군 가족들은 외부인이 말을 걸면 대답을 삼간 채 종종걸음으로 집에 들어가거나 “상부 지시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이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병장 A씨는 “기자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말을 하면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제2함대사령부 관계자 B씨는 “사병들의 경우 인터넷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면서 “침몰 사고에 대해 발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대 내 상점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매점 관계자는 “비상사태인 해군이 바쁜 것도 있겠지만 사고 이후에는 가게에 군인들이 오지 않아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해군 가족들의 부대 출입도 통제됐다. 해군 자녀가 학생의 76%에 달하는 원정초등학교 박귀옥(58·여) 교장은 “해군 가족인 학교 직원이 ‘사고 이후 부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인근 해군 아파트는 유동 인구가 없어 상점이 문을 닫을 지경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난 한 여성 군인은 “제가 현역이라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다”며 황급히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아파트에서 나온 한 할머니는 “이곳 주인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치며 빠른 걸음으로 상가로 향했다. 말을 걸면 아예 눈을 마주치길 외면하거나, 단답형의 답변을 할 뿐이었다. 10여분간 본보 기자가 해군 아파트 내부에 서 있자 경비원이 나왔고, 아파트에서 나가달라고 요구를 하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민이 수상한 사람이라고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상점도 문을 닫거나 손님이 없었다. 인근 주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식당은 문을 열기는 했으나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토스트 가게 주인인 권대행(32)씨는 “해군 아파트다 보니 부대에서 훈련만 해도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요즘 사람들이 밖에 잘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에서 활기를 띈 곳은 놀이터뿐이다. 한산한 거리와 달리 하교 시간인 오후 3∼4시쯤에는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가득 찼다. “실종자나 생존자 가족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린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활짝 웃으며, 서로 대답하겠다며 장난을 쳤다.

 

평택=박유리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