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지나 이제 입춘이 코앞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많은 대한민국의 술꾼들은 술을 끊거나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벌써 작심삼일이 되거나 계획 실행이 흐지부지하다면, 지금까지는 연습으로 치고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입춘은 우리 조상들에겐 진정한 새해의 시작이었다.
 
 '술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금주는 물론 절주도 쉽지 않다. “술을 잘 마셔야 성공할 수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술을 피할 수 있겠냐'고 말하고,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는 풀린다”고도 흔히 말한다. 그러나 술로는 스트레스가 절대 풀리지 않는다.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만성적인 음주와 폭음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한다.실제로 술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술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음주운전 등 무수한 폐해가 줄을 잇는다. 매년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40만건을 넘는다. 음주는 범죄를 부추기고, 생활과 가정을 파괴하며, 생명까지 위협한다.
특히 오랜 음주는 간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고 평소에 간염 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술자리는 더욱 피해야 한다. 간질환을 제때 치료받지 않고 계속해서 술을 마실 경우에는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이 가속화된다.
 
 간은 아주 무던한 장기라서, 병이 깊어져도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는 경우가 흔해,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평상시 간 건강을 점검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에는 다음과 같은 많은 질병들이 생긴다. 애주가들을 위해서라도, 한 번 간질환들을 살펴보고 예방 및 치료법을 알아보자.

 
◆지방간
 
지방간은 전신적인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다른 장기에서 간 내로 다량의 지방산이 유입되고 간자체에서 합성되는 지방산의 양이 증가되어 간 내 지방산의 축적으로 인해 생긴다. 대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이 많으나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 추세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원인이 된다.

이러한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때는 간기능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환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나, 지속적인 염증으로 간세포가 파괴되는 지방간염이 지속될 경우 10년 후 약 20%까지도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지방간을 치료하려면 음주, 고열량, 육류 등 고지방 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는 습관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또한 꾸준히 운동은 체중 조절, 당뇨와 고지혈증 조절에 필수적이며 이로 인해 지방간은 개선된다.

 
◆바이러스성 간염

 
▲A형 간염20∼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발병되고 있다. 주로 오염된 음식과 물, 환자와의 신체접촉 등을 통해 감염된다. 최근 A형간염이 급증하고 있는데 원인은 위생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여 소아기 감염 빈도가 줄어 항체 보유율이 낮기 때문이다.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감기몸살이 발생했다가 식욕부진, 오심, 구토, 소화불량 등의 소화기 증상으로 진행한다. 이후에 소변이 짙어지고 황달이 발생하게 된다.특별한 치료제는 없으며 대부분 휴식하면 저절로 낫는다. 손씻기 등 개인위생이 예방의 기본이나 강한 감염력으로 인해 백신접종이 추천된다. 만1∼16세 사이에 접종을 추천하며 1차 접종 후 6∼12개월 뒤 추가 접종한다.
 
 
▲B형 간염
 
만성 간염 산모가 출산 시 아기에게 전파되는 수직감염이 문제였으나 현재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으로 90%까지 전파를 차단하고 있다. 간염 환자와 성관계 등의 친밀한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영유아시기에 감염될 경우 만성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만성간염이든 보균자이든 간경화나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탓에 간염이 심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효과적인 만성 B형간염 치료제가 많이 출시되어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여 간염과 바이러스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 B형간염 백신은 현재 영유아 기본 접종이며 항체가 없는 성인의 경우에도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C형 간염
 
주로 환자의 혈액을 통해 전염되나 아직 감염 경로가 확실치 않다. 일상적인 접촉에 의한 전염력은 낮고, 수직감염도 드물다. 그러나 감염되면 자연회복이 되지 않아 대부분 만성 간염으로의 진행되며 이 가운데 20-30%는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백신도 없어 예방이 어렵다. 약물 남용이나 문신, 피어싱 등을 삼가고 환자와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도 공동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일단 만성 C형간염으로 확인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인터페론 주사와 리바비린 경구 투여를 병용하여 완치를 노릴 수 있다.
 
 ◆간경변
 
주로 중년 이후 남성에게서 발생하는 간경변은 만성 B, C형간염, 알콜성 간질환이 주원인이다. 지속적으로 정상 간세포가 파괴되고 재생되는 반복적인 염증의 결과로 섬유화가 진행되어 정상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어 간이 단단하게 굳어진다. 간염의 경우 염증이 치유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간경변증은 정상으로의 회복은 어렵다. 간경변은 한참 진행될 때까지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간은 15∼20%만 있어도 최소 생존에 필요한 대사작용을 해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간경변의 진단은 늦어지기도 하며 간경변의 여부는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로 가늠하게 되나 현재 진단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 중이다.
간경변 말기엔 복수, 식도정맥류출혈 및 간성뇌증상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도 매우 높아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검사가 필수이다. 적절한 영양공급을 실시하고 위험인자인 바이러스 혹은 음주를 조절하고 합병증 관리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세환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