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꿀벌의 신비

 
 벌들의 사회는 여군주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왕이 하지 않고 예속된 일벌들이 한다
. 그것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장소선택을 할 때 일어난다. 그리고 이 일은 여왕이 겨울잠을 잔 후 봉방에 매일 15백 개의 알을 낳고 그 봉방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매년 봄에 일어난다.

 이때는 수천 마리의 일벌들이 이주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여왕벌과 함께 이주를 한다. 왜냐하면 여왕 없는 일벌들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매우 어리석게도 이 여왕은 일벌들의 이주 계획에 대해 전혀 눈치를 못 채듯 하다.

 유모들이 이 여왕의 뒤에서 유충호르몬을 공급하여 새로운 여왕한 마리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주의 깊은 관찰자라면 적어도 3주전에는 이주의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이 기간이 한 마리의 왕위계승자를 길러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 시점이 되기 며칠 전부터 이주 의사가 있는 일벌들은 이 왕위계승자를 다이어트 시킨다. 살찐 여왕으로는 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벌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왕위계승자가 우화되면 이주 의사가 있는 일벌들은 저장된 꿀을 한 번 더 왕창 먹고 출구로 몰려간다. 잠시 후 새 여왕이 비행을 시도하면 이 여왕을 따르는 자들로 공중에는 벌 구름이 형성된다. 여기에서 한 벌의 사회가 절반으로 나뉘어 진다. 우리는 이것을 분봉이라고 부른다.

 이 여왕은 앞에 가로막힌 첫 번째 굵은 나무줄기에 힘없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여왕벌이 신비의 페로몬 향을 방출하기 때문에 여왕을 중심으로 벌의 대집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곧바로 일시적인 이 야영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정찰 벌들이 척후병으로 지원하여 여러 방향을 향해 떠난다.

 여기서 벌들의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한 마리의 정찰 벌이 거처지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장소 하나를 발견하자마자 급히 야영지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집터를 천거한다. 이 천거방법은 춤을 춰 선전한다. 역시 다른 정찰 벌들도 춤 언어로 발견한 집터를 위해 과시한다. 이때 여험 많은 일벌들은 춤 벌이 가르쳐준 약도에 따라 길을 떠난다. 일벌들은 춤 벌이 천거한 집터를 답사한 뒤야 영지에 남아있던 다른 벌들에게 춤을 춰 자신들의 의사를 전한다. 인간의 선거운동과 다른 점은 이 벌들에게는 결코 폭력이 존재하지 않고 정의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개인의 이익이 아닌 집단의 복지만을 위해 각 정찰 벌은 다른 정찰 벌의 의견제시에도 관심을 갖는다. 만일 다른 정찰벌이 제시한 장소가 자신의 장소보다 낫다고 판단되면 이 정찰 벌은 그 쪽에 동조한다. 꼬리 춤의 활력정도와 걸린 시간은 집터의 질에 대해 매우 상세한 정보를 갖는다. 자신의 선택에 의심을 한 정찰 벌은 훨씬 무력해져 활기 없이 춤을 추고 이로써 다른 집단의 정당원들을 거의 규합할 수 없게 된다. 그 벌은 선거운동을 중지하고 경쟁자의 집터 선전에 나선다.

 마침내 어떤 집터에 찬성자 수가 과반수에 이르면 이 선거운동 일벌들은 한쪽 집단의 편을 들게 된다. 그리고 대개는 소수파들도 이런 결정을 받아들인다. <박시용 한국교원대교수. 동물행동학> 중에서....